이자부담·집값하락에 주택시장 큰손 '20·30' 매수급감
대출이자 8% 진입 눈앞...영끌족 줄고 계약 포기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기준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자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으로 불리던 20·30세대의 주택 매입세가 급감하고 있다.
최근 4~5년간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저금리 기조로 자산가격이 오르자 그동안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크게 늘었다. 연초에는 세대별 주택매입 비중이 전체 절반 가까이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3%에서 7%대로 치솟자 주택 매입에 부담이 커졌다. 집값이 추가 조정될 것이란 예상도 매수를 꺼리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해석된다.
◆서울 아파트 20·30세대 매수비중 28%...연초대비 10%p 뚝
4일 부동산업계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자 이른바 20·30세대 '영끌족'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지역 아파트의 2030세대 매입 비중은 전체 거래량 907건 중 259건으로 28.5%를 차지했다. 전달(32.0%)과 비교하면 3.5%p(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7월 기록한 24.7%에 이어 연중 두 번째 낮은 수치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연초 40% 안팎을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급감한 것이다. 1월에는 37.5%, 2월에는 36.0%, 3월 40.6%를 기록했다. 4월에는 연중 최고치인 42.3%를 나타냈다.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며 5월 37.3%를 기록하다 최근에는 20%대까지 낮아졌다.
강남지역 고가 아파트일수록 자금 마련에 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강남구 아파트는 239건 거래됐고 이중 20·30세대 비중은 12.5%(30건)에 불과했다. 전달(17.9%) 대비 5.3%p 하락했다. 송파구는 28.3%에서 26.4%로 낮아졌고 서초구도 22.4%에 그쳤다.
전국으로 확대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전국 아파트의 20·30세대 매입 비중은 27.0%를 기록했다. 7월(27.0%)과 같은 수치로 1월 29.9%, 2월 29.0%, 3월 29.2%와 비교해 비중이 낮아졌다. 서울에 비해 월별 편차가 크진 않지만 시세가 저렴한 지방 아파트에도 발 길이 줄어든 것이다.
강남구 대치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시세 15억원 이상이면 대출 자체를 받을 수 없는 데다 금리인상과 집값 하락 분위기에 20·30세대의 문의가 크게 감소했다"며 "집값이 한달새 2억~3억원 정도 하락하자 계약금을 포기하고라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사례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 대출금리 8%대 눈앞...영끌족 관망세 불가피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금리인상 속도가 가팔라 영끌족은 더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대를 형성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연 4.730∼7.141%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한 차례 이상 빅 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져 연내 대출금리가 8%로 올라설 공산이 크다.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 8%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처럼 기준금리가 단기간에 치솟아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자도 이자 상환에 부담이 커졌다. 2년전 주택담보대출 5억원을 받아 서울 성수동 아파트를 매입한 A씨는 월 상환액이 240만원에서 340만원으로 41% 늘었다. 같은 금액을 전세대출로 받은 B씨의 월 이자 상환액도 135만원에서 260만원으로 2배 정도 불어났다.
집값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으면 영끌족의 매수세가 유지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주택거래 자체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으며 초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 최근 17주 연속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했고 오늘보다 내일 주택가격이 낮을 것이란 분위기에선 자금 상황이 넉넉지 않은 영끌족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R114 임병철 수석 연구원은 "DSR 규제가 대출액 1억원 이상으로 강화된 상황에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더 위축되고 있다"며 "20·30세대의 경우 이자부담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다 자금 동원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당분간 공격적은 시장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