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칭 악성앱으로 금융사기 늘어
12월까지 은행 앱 개인정보 처리 실태 점검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가 증가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점검에 나섰다. 은행 앱 오픈뱅킹을 통해 개인정보가 줄줄 샐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위)는 금융보안원을 통해 은행 앱 개인정보 처리 실태를 점검 중이다. 금융위는 연말까지 평가를 완료할 예정이다.
오픈뱅킹은 2019년 본격 도입한 서비스다.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금융사 앱 하나로 다른 금융사 본인 계좌를 조회하고 돈을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컨대 주거래 은행 앱으로 저축은행이나 증권사, 핀테크 계좌를 조회할 수 있다. 이때 저축은행, 증권사 앱 등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오픈뱅킹은 금융사가 갖고 있는 고객 계좌나 결제 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독점적인 고객 개인정보 데이터를 공유하는 게 핵심이다.
스마트폰에 은행 앱을 깔도록 유도해 돈을 뜯어내는 신종 전화금융사기가 등장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코리아> |
하지만 자칫 관리 소홀 시 개인정보가 줄줄 새거나 금융사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 시 개인정보 이용 동의 절차가 생략된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은행 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금융위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에 있는 개인신용정보 활용·관리 실태에 대한 상시평가 제도에 따라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문제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은행 앱을 사기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점이다. 국내 유명 은행 앱을 사칭한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피해자가 악성 앱을 깔면 오픈뱅킹을 통해 피해자 금융 정보를 전부 빼돌리는 식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보이스피싱 예방 앱 '시티즌 코난'으로 발견한 악성 앱 1만5687건 중 금융기관 사칭 앱이 8603건으로 절반이 넘었다. 특히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을 주요 은행을 사칭한 앱이 많았다. 은행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은행권역 보이스피싱 관련 민원은 908건으로 지난해 상반기(491건)와 비교해 84.9% 늘었다.
은행은 오픈뱅킹이 범죄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자체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오픈뱅킹 이체 제한 도입 등을 통해 금융범죄를 예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을 이용한 전자금융사기 방지를 위해 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