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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쌀 시장격리' 밀어붙이기…만성질환에 진통제만 처방

기사입력 : 2022년09월19일 07:38

최종수정 : 2022년09월19일 07:49

양곡관리법 개정 추진…시장격리 확대 강행
국내 쌀재고량 47만톤…수요대비 13% 수준
'남아도는 쌀' 근본 처방 외면…미봉책 그쳐
'공급과잉 해소' 정부정책 찬물…악순환 우려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최근 야당이 '쌀 시장격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쌀값 하락을 방지할 수는 있겠지만, '남아도는 쌀'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처방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급과잉을 부추겨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쌀 20㎏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4만5794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6917원보다 19.5%(1만1123원) 떨어졌다. 쌀값은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 시장격리 확대는 미봉책….연간 수천억 재정부담 가중

쌀값 하락의 원인은 공급과잉으로 쌀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388만톤으로 수요량(361만톤)보다 20만톤 가까이 웃돈다. 이로 인해 7월말 기준 쌀 재고량은 47만톤으로 지난해보다 18만톤이나 늘었다.

통계청 양곡소비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로 1990년 120㎏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 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농가경영 불안 해소 대책 마련 촉구 농민 총궐기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29 pangbin@newspim.com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매년 40만8000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때문에 쌀 재고량은 계속 쌓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은 근본적인 해법은 외면하고 진통제만 늘려가는 처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인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쌀 가격의 안정은 수급조절에 의한 가격안정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쌀 격리를 의무화할 경우)쌀 가격이 오르는 구조하에서도 무조건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맞춤형 수급대책을 펼쳐야 하는데 정책의 유연성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에서 수요 초과분에 대한 쌀 격리를 의무화할 경우 연간 수천억원의 재정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정부가 37만톤을 매입하는데 7900억원이 투입됐다. 올해와 비슷한 가격구조라면 연간 수천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조적인 공급과잉 속에서 재정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 직불금제 안착에도 찬물…쌀 생산 줄이고 소비 늘려야

'쌀 시장격리'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정부의 수급조절 기능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쌀 생산을 줄여가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공급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쌀 수급조절을 위해 2가지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부터 콩과 같은 밭작물에도 쌀과 동일한 직불금을 주는 방안을 도입했다. 남아도는 쌀 생산을 줄이고 자급률이 떨어지는 곡물 생산을 늘려보겠다는 취지다.

또 밀가루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가공용 쌀가루(분질미)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9년 밀가루와 전분구조가 비슷한 분질미 '바로미'를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빵이나 떡과 같은 가공제품에 대한 수요를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아래그림 참고).

농림축산식품부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 [자료=농식품부] 2022.06.09 dream@newspim.com

김종인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쌀 격리를 확대하면) 구조적인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면서 "농지면적을 줄이기 위해 농가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격리로 인해 쌀 가격이 유지된다면 농가들이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이 과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처방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농가, 소비자가 인내심을 갖고 뜻을 모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콩·밀 생산으로의 전환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쌀 시장 격리 확대는 정부의 수급조절 대책에도 찬물을 끼얹는 방식"이라고 우려했다.

drea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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