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 당시 주식 매도한 혐의
1·2심, 이 전 재판관에 대해 '무죄' 판결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결과 미공개 중요 정보 아냐"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팔아 수천만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된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후보자 등 3명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이 전 후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 전 후보자는 2013년 건강식품 제조사인 내츄럴엔도텍이 상장하기 전에 이 회사 주식 1만주를 샀다. 상장 이후 주가는 2015년 4월 15일 기준, 9만1000원까지 올랐으나 같은달 22일 '가짜 백수오' 파동이 불거져 한 달 여만에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 시기 한국소비자원과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택의 건강식품에서 백수오 외에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주가 폭락으로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반면 이 전 후보자는 2015년 4월 30일 주식을 미리 처분해 8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 전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 원'은 내츄럴엔도텍 관련 사건을 수임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 전 후보자가 사전에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로부터 내츄럴엔도텍의 건강식품이 가짜 백수오로 만들어졌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를 전달받아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전 후보자에 대해 "사건 관계인들의 법정 증언 등을 비춰볼 때 (식약처의 검사 결과 정보가) 합리적인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확성과 구체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후보자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법무법인 원 소속 변호사 A씨 또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B씨는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1억2100여만원의 추징 명령이 내려졌다.
2심 재판부 또한 "이 전 후보자와 A씨가 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전달받은 식약처 검사 결과 관련 정보는 미공개 중요 정보로 요구되는 정도의 정확성을 갖췄다거나 증권거래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할 정도로 구체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거래처나 업계 유포나 풍문, 추측에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만 B씨의 유죄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B씨가 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전달받은 한국소비자원 검사 결과 정보는 미공개 중요 정보에 해당하고, 그 정보를 이용해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재산상 손실을 회피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이 전 후보자와 A씨가 취득한 식약처 검사 결과는 미공개 중요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법 제174조 1항의 미공개 중요 정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B씨가 취득한)한국소비자원 검사 결과는 미공개 중요 정보에 해당, 이에 B씨가 2015년 4월 8일과 10일에 주식을 매도한 것은 정보를 이용한 행위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후보자는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의 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 논란이 불거지자 지명 25일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