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 브랜드명 'ACE'로 변경...시장 장악 포부
ETF 시장 빠른 성장세... 5년 새 2배 이상 급등
현재 삼성·미래에셋 '양강 구도'...점유율 80% 차지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ETF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단 각오다. 특히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선두그룹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틈을 비집고 가기 위한 3위 쟁탈전이 치열하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최대 관심은 ETF와 퇴직연금이다. 공모펀드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반면 ETF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도 활발해지면서 운용업계에서는 200조원대 ETF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TF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운용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다. 올해 운용업계에서는 단 세 차례 기자간담회가 열렸는데 모두 ETF 관련 행사였다.
한투운용은 전날 간담회를 열고 ETF 브랜드명을 'ACE'로 변경하겠다고 알렸다. 2008년 ETF 상품을 출시하며 'KINDEX' 이름을 내건지 14년 만이다. ETF 브랜드에 대한 팬덤 형성을 위해 완전한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는 계산에서다.
올해 초 배재규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배경도 'ETF 강화' 전략과 맞물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 대표는 'ETF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에서 ETF본부를 이끌던 베테랑이다.
배 대표는 ETF 신규 브랜드를 발표하면서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최고의 회사로 만드는 것이 저의 미션"이라며 "가장 기본적 출발은 ETF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5월과 6월 연달아 신규 ETF 출시 행사를 크게 열었다. ETF 사업 후발주자로 나서는 만큼 트렌디하면서도 차별화된 ETF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각오를 알렸다.
올해 자산운용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테마 ETF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미국대체투자, 글로벌희토류,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 우주항공&UAM 등을 테마로 한 ETF를 업계 최초로 출시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운용업계가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이유는 국내 ETF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말 325개에 이르던 ETF 수는 올해 들어(13일 기준) 613개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펀드 설정 규모도 35조6109억원에서 77조9485억원까지 급증하며 5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운용사들 사이에서 "5년 이내에 200조원대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찬영 한투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코스피 거래대금 7조원 가운데 3조원 가량이 ETF 거래"라며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ETF 시장은 미국에서도 주목하는 테스트베드(새로운 상품의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시장)"라고 부연했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전체 ETF 순자산총액의 41.47%(32조3282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8.71%(30조1783억원)를 점유하고 있다.
도입 초기 삼성자산운용이 독식했던 ETF 시장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빠르게 따라잡는 형세다. 5년 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8조938억원(2017년 12월 말일 기준) 수준으로 전체의 22.72%에 불과했다.
3위권부터는 선두권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KB자산운용이 ETF 시장 점유율 7.37%(5조7485억원)를 차지하고, 한국투자신탁운용(4.12%), 키움투자자산운용(2.54%) 순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3~5위 경쟁이 무의미한 상황에서 상위권 운용사를 목표로 총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