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중대한 금리 인상은 디플레 위험 초래"
캐시 우드 "선행지표 보면 이미 디플레...연준 피벗해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전 세계적인 물가 고공행진 속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때 아닌 디플레이션 경고음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뜻한다면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의 장기적인 하락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 여성이 생활용품점 '달러트리'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있다. 2018.08.30 [사진=블룸버그] |
연준은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3월 제로에 가까웠던 기준 금리를 현재 2.25~2.5%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이달에도 75베이시스포인트(1bp=0.01%p)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지난 7월에만 해도 인플레가 다소 안정된다면 자동차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공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돌연 "연준의 중대한 금리 인상은 역으로 디플레이션 위험을 초래한다"는 글을 올렸다.
높은 금리는 은행 예금을 늘리고 대출을 어렵게 해 총 수요를 줄여 전반적인 가격 상승 압력 완화로 이어지지만 지나친 금리 인상은 기업 이익을 침식시켜 실업률 증가와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머스크 CEO도 지난 8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이미 정점을 지났으며(피크아웃·peak out) 향후 약 18개월 동안 완만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장한 바 있다.
경기침체론은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제기해왔지만 디플레론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디플레 위험을 경고한 사람은 머스크 뿐이 아니다.
◆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연준, 후행지표에만 몰두...정책 실수 위험"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돈나무 언니'로 통하는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경기 후행지표에 기반해 통화 정책을 결정하고 있어 정책 실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게시한 트윗. [사진=트위터] |
우드는 같은 날 머스크 CEO의 트윗을 공유하며 "디플레이션이 한창 진행 중"이라고 동의했다. 연준은 고용과 근원 인플레이션과 같은 후행지표에 의거해 과격한 금리 인상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경기 선행지표로 통하는 금과 구리 가격 동향은 디플레를 가리키고 있고 유가는 고점에서 35% 이상 하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목재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발(發) 고점 대비 60%, 구리는 35%, 철광석은 60%, D램은 46%, 옥수수 17%, 발틱운임지수는 79%, 금 17%, 은은 39% 내렸다"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었다.
아울러 우드는 올해 17% 오른 신차와 중고차 가격은 하락세라며 이는 디플레이션을 알리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미국 중고차 가격을 나타내는 만하임 지수(Manheim Used Vehicle Value Index)를 보면 8월 중고차 가격은 4% 하락했다며, 이는 연율로 약 50%에 해당하며 지난 1월 고점 대비 10% 떨어졌다는 것이다.
우드는 지난 9일에도 디플레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연준이 향후 3~6개월 안에 중대한 통화정책 '피벗(Pivot·전환)'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며 '공매도 전설'로 유명해진 투자가 마이클 버리도 올해 하반기부터 물가가 가파르게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을 전망한 바 있다.
당시에 그는 유통업체들이 팬데믹 기간 공급망 차질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과 수요 불균형을 과하게 해석, 현재는 공급 과잉으로 재고를 없애기 위해 너도나도 가격을 낮추고 있어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을 의미한다면 디스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경감에 가깝다. 버리는 올해 안에 미 소비자가격지수(CPI)에 디스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연준이 정책 피벗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공급망을 혼란시킨 결과라며 "지금으로부터 일년 뒤에 전쟁이 종식되고 중국이 봉쇄 조치를 푼다고 가정해보자. 디플레이션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