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직후 경영상 이유로 한국인 승무원만 해고
법원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차별적...해고처분 무효"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강정아 인턴기자 = 법원이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경영상의 이유로 일방해고된 중국동방항공의 한국인 승무원들에 대해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계약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합리적이거나 공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승소 판결을 받은 승무원들은 중국동방항공에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봉기 부장판사)는 8일 한국인 승무원 70명이 중국동방항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을 갱신을 거절한 것은 적법하지 않고 원고들에게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피고가 2020년 3월 원고들에게 한 해고 처분은 무효"라며 이 같이 선고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승무원들 중 특정 기수에 해당하는 한국 승무원들에게만 차별적으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나머지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고들의 갱신 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들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중국 동방항공(東方航空) 여객기 <사진=동방항공 홈페이지> |
선고 직후 취재진들을 만난 원고 측 대리인 최종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소장 접수 이후 2년 6개월이 지나서야 선고됐다"며 "원고들 입장에서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은 중국동방항공 해고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입사 당시 사회초년생이던 원고들의 평균 나이는 28세가 넘었다"며 중국동방항공에 원고들을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외국 회사와 한국인 근로자들의 분쟁이기도 하지만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갱신 기대권에 관한 또 하나의 선례를 세운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중대한 경영위기가 발생했더라도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려면 객관성, 공정성,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 판결이 다른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소중한 희망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승무원 대표로 나선 오혜성 씨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저희 한국인 승무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판결"이라며 "오늘 밤에는 조금이나마 두 발 뻗고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모든 원고들은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간절하게 원했던 대한민국의 청년들"이라며 "중국동방항공은 이번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여 반성하고 즉시 판결을 이행하여 짓밟힌 저희 승무원들의 꿈을 되찾아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0년 3월 중국동방항공은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던 한국인 승무원 73명에게 계약기간 만료 및 정규직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당시 중국동방항공은 "항공시장 전반의 변화로 당사의 경영이 비교적 큰 영향을 받아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유급휴직 복귀일을 해고일 이후로 설정했으며 해고 직전까지 신규 항공기종 교육·훈련 이수를 지시하는 등 정규직 전환기대권이 인정되는 상황"이었다며 "개별적·구체적 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승무원들을 해고한 것은 법률상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5월 원만한 분쟁해결을 위해 본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는데 중국동방항공 측에서 이의신청을 하면서 최종 판결선고가 내려지게 됐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