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인구증가를 위해 농촌 남성과 베트남 유학생 간 결혼을 주선하겠다는 경북 문경시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성평등 관점에서 인구증가 관련 사업 내용을 점검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할 필요가 있겠다"는 의견표명을 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5월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은 문경시가 추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은 혼인 목적으로 입국하지 않은 유학생 여성을 국제결혼의 대상으로 삼은 차별적 시책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사진=뉴스핌DB] 2022.03.17 ace@newspim.com |
당시 문경시 명의로 '인구 증가를 위한 농총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을 법무부 출입국 대행기관인 한 행정사사무소에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행정사 측에서 문경시 공문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문경시 측은 "행정사 측에서 시와 협의 없이 임의로 협조문 내용을 수정해 인터넷에 올렸다"며 "진정인 측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후 사업추진 검토를 중단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문경시가 행정사 대표와 협조문을 주고받은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협조문 게시로 인해 구체적 피해가 발생했다거나, 협조문을 주고받은 사실로 불리한 대우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그러나 베트남 유학생 등 이주여성을 인구증가 시책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아 의견표명을 검토했다.
인권위는 "여성을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과 농사 등 가족 내 무급노동의 의무를 진 존재로 인식하는 가부장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진정인이 비록 유학생 여성을 차별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학생이라는 신분과 상관없이 농촌 남성의 배우자 후보로 상정한 것은 베트남 여성이 성별화된 역할을 수행하기 적합하다는 인종적 편견을 함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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