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글로벌 특파원

[르포] '흔들리는 우정, 불안한 동행' 수교30년 맞는 한중 <上>

기사입력 : 2022년08월25일 11:41

최종수정 : 2022년09월06일 14:19

통과의례 된 수교 30년 리셉션
20주년 비해 장소 격하, 구호도 생략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꼭 10년 전인 2012년 한중 양국은 공통 지향점으로 '아름다운 우정, 행복한 동행'이라는 근사한 구호를 내걸고 20주년 수교 잔치를 치렀다.

'2022년 '삼십 이립(而立)'을 맞은 한중 관계는 과연 어떤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2022년 8월 24일 오후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 취재를 위해 베이징 왕징에서 산리툰 주중 한국대사관을 거쳐 행사장인 조어대 국빈관으로 이동하는 길.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문뜩 수교 30주년의 잔치엔 어떤 수사어가 등장할지 궁금해졌다.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

잠시후 도착한 행사장 무대엔 캐치프레이즈가 생략된 채 단조롭게 이날 행사 타이틀만 덩그러니 한글과 중문으로 적혀져 있었다. '우정과 동행' 같은 멋진 수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2019년 말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시작한 3년 가까운 중국 현지 취재 활동. 한중은 여전히 2008년 규정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지만 양국간에 왠지모를 미묘한 냉기류가 스멀거리는 느낌이다.

8월 24일 저녁 6시가 막 넘은 시간 우리 대사관과 공동주최측인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린숭텐 회장이 행사 시작을 알리고 개회 인사속에 삼성과 SK 등을 언급한다. 미국 대통령들이 삼성과 SK를 각별히 챙기는 것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2022년 8월 24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기념리셉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뉴스핌 통신사 촬영.  2022.08.25 chk@newspim.com



곧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대독한 '윤석열 대통령에 보내는 축하 편지'에서 동주공제(同舟共濟·한 배를 타고 나아감)를 언급하면서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가 되자고 역설했다.

시진핑 주석은 수교30년 한중관계 발전을 견인한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계속 수호하자고 강조했다.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다자주의의 틀을 유지하자는 의미다. 한마디로 한국의 미국 밀착을 견제하는 말이다.

시 주석은 "상호 핵심이익을 배려하고 소통으로 신뢰를 증진하자"고 덧붙였다. 중국은 사드가 자국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사드에 대한 입장 정리 없이는 정상 회담이 힘들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시진핑 주석은 동주공제를 얘기했지만 사드 이후 한중이 함께 탄 배는 오월동주가 아닐까.'

왕이 부장이 대독한 시진핑 주석의 편지 축사를 경청하면서 수교 30주년 타이틀만 단조롭게 나붙은 무대 스크린을 바라보는데 문뜩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예전 주한 중국 대사관 직원을 비롯한 외교부 관계자들. 행사 성격상 참석했을 법한 중국측 인사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각국 참석자가 100명씩이라고 하는데 중국인 명패가 붙은 테이블 좌석이 듬성 듬성 비어있다.

30주년 기념 행사를 취재하는 중국 기자들의 모습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수일전 부터 풀단을 꾸리느라 바빴던 한국 기자단의 일원으로서 괜히 기분이 머쓱해지는 느낌이다. 수교 30주년에 대한 중국 사회의 무관심이 리셉션장에 고스란히 반영된 느낌이다.

앞서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식은 10주년 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베이징인민대회당에서 성대하게 치러졌고 리셉션 행사에는 2개월 후 총서기 집권이 확정적이던  시진핑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이 참석해 '아름다운 우정, 행복한 동행'의 한중 관계를 실감케 했다. <下편에 이어짐>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