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변론기일 법시행 뒤로…檢 가처분 인용 기대
법조계 "수사 성과 내야 유리한 여론 형성 가능"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총장 직무대리)가 내정되면서, 내달 시행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명 제청한 이 차장검사를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신임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며, 국회 임명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전 정권을 겨냥한 주요 수사 지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해소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이 후보자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검수완박 시행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 유력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2.08.18 hwang@newspim.com |
◆'검수완박' 내달 10일 시행…檢 "가처분 인용 기대"
내달 10일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검찰의 수사 범위는 부패·경제범죄 2개 분야로 축소된다. 법무부가 대통령 시행령을 통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최대한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검수완박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재개정까지 거론하며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법무·검찰은 대통령령 시행령 개정에 이어 검수완박 법안 무력화를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변론기일이 법안 시행일 뒤로 잡히면서 시행 전 본안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검찰은 우선 가처분 인용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법무부와 대검은 검찰청·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이 담긴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로 하고 세부 내용과 일정 등을 조율 중이다.
특히 검찰은 가처분 판단 단계에서 '법익의 균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익의 균형성은 입법을 통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크거나 적어도 양자 간 규형이 유지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재가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전 법안이 시행되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처분을 인용한 뒤 검수완박 법안이 합헌으로 나오면 단순히 법안 시행을 늦추는 선에서 끝나지만, 반대로 일단 법안이 시행된 뒤 검수완박 법안이 위헌으로 나오면 그사이 국민이 받는 기본권 피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검수완박 대응·시행령 주도한 이원석…법조계선 "수사 성과 낼 때"
검수완박 법안 대응은 현재 법무부의 주도하에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전면 대응하고 있는 만큼 검찰은 이를 지원하는 그림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5월부터 총장 직무대리를 맡으며 직접 검찰의 검수완박 대응과 법무부의 대통령령 시행령 개정 협의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검찰이 수사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수완박 시행에 대한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성과를 내놓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정기 인사 이후 검찰은 전 정권과 야권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정국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공무원 피격·탈북 어민 강제 북송·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으며, 서울동부지검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정치적 사건이 많은 만큼 사회적 관심도 큰 상황에서 검찰이 이렇다 할 수사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경우, 결국 검찰의 '보복 수사'라는 비판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지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미 이 후보자가 '대통령 라인' '특수통' 등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상황에서, 수사만 펼쳐놓고 근시일 내 어떤 결과도 내놓지 못한다면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헌재가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은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검찰이 납득할만한 수사 성과를 내놓는다면 적어도 시행령을 통해 수사권을 일부 지키려는 검찰 행보에 지지 여론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