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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40명의 '우영우' 일터...그곳엔 '전문가'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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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요즘 우병우가 핫하다던데."

뜬금없이 소환된 그 이름 우병우였다. 내가 모르는 뉴스가 있었나 싶어 다시 물어보니 친구는 "아니 민정수석 우병우가 아니라 우영우라니까." 

친구가 말한 '우영우'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주인공 이야기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가 한 대형 로펌에 입사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을 담은 드라마다.

발달장애인 일터인 엠마우스 산업에서 핸드타올을 규격에 맞는지 확인 후 박스에 넣는 작업을 하는 기자(오른쪽 하얀 옷). 생활의 달인처럼 휙휙 넣어보려고 했는데 비닐이 자꾸 벗겨져서 다시 씌우느라 내 쪽에만 타올이 쌓여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2.08.16 kh10890@newspim.com

묵은 갈증을 한 번에 해소시켜 주는 듯한 법정에서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이다를 들이켠 것 같다가도 한편으론 실제 현실에서 자폐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여러 시설, 단체 등에 연락을 해봐도 '부모가 원치 않아서',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렇게 좌절하고 있을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취재를 돕겠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엠마우스 산업이었다.

◆ 현실판 '우영우'의 자랑스러운 일터

엠마우스 산업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생산하는 품목들. 두루마리 화장지부터 양초까지 다양하게 생산돼 시청과 공항 등에 납품된다.[사진=전경훈 기자] 2022.08.16 kh10890@newspim.com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에 위치한 엠마우스산업은 지난 1991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천노엘 신부가 설립한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자 사회적 기업이다. 관리와 영업을 담당하는 비장애인 직원 15명을 비롯해 생산을 담당하는 1~3급의 발달장애인 40명이 일하고 있다.

이곳에선 화장지·핸드타월·양초를 생산하는데 제품 모두 국가 인증서를 획득할 정도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라 1~2번은 구매할 수 있어도 질이 낮으면 지속적인 구매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생산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공장 설립 초기에는 작은 규모에다 생산성도 낮았으나 2차에 걸친 공장 증축과 컨설팅, 생산설비의 도입으로 현재는 연간 약 30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지역의 대표적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자, 사회적기업체로 우뚝 성장했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일하는 직장, 떳떳한 직장인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전 직원에 4대보험을 가입 시켰고, 많게는 185만원 정도의 급여도 지급한다.

◆ "깜짝 놀라셨죠?"

엠마우스산업 생산 직원들이 점보롤이 규격에 맞는지 한 번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2.08.16 kh10890@newspim.com

12일 오전 8시 50분쯤. 문성극 엠마우스산업 대표와 품질과 생산을 담당하는 주효진 팀장이 입구에서 환하게 웃으며 격하게 반겼다. 주효진 팀장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특히 주 팀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다 똑같은 직원이라는 거였다. 과거 일부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비장애인 직원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주 팀장은 장애의 유무만 다를 뿐, 모두가 똑같은 직원이라고 생각했기에 '선생님'이 아닌 부서에 맞는 호칭으로 통일하자고 건의했다. 그 결과 관리와 영업을 담당하는 비장애인 직원에겐 '관리 직원', 생산을 담당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생산 직원'으로 불리게 됐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생산 직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묵묵히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재빨리 움직이는 모습들은 이미 여느 직장인 못지않은 '베테랑'이었다. 느릿한 모습을 상상했던 것은 그저 내 편견이었다. 주효진 팀장은 "깜짝 놀라셨죠? 처음 오시는 분들이 다 기자님 같은 반응이에요."

그는 이런 반응이 익숙한 듯 말을 이어갔다. "장애를 갖고 있으니 공장 가동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단하기 쉬운데 우영우가 변호사라는 직업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이들도 이 분야에선 전문가들이라 오히려 비장애인인 관리 직원들보다 손도 빠르고 세심하다"고 했다. 체험해 보면 더 뼈저리게 느낄 것이라고 했다.

◆ 분명 쉬워 보였는데...

생산 직원이 두루마리 화장지를 포장지 안에 넣는 방법을 손수 보여주고 있다. 보기에는 정말 쉬워보였다.[사진=전경훈 기자] 2022.08.16 kh10890@newspim.com

두루마리 화장지를 포장하는 작업부터 먼저 해보기로 했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돌아가는 생산라인 설비에 포장봉투 1장을 고정 핀에 봉투를 벌려서 양 끝에 끼워 넣고 바닥에 설치된 작동 버튼을 발로 누르면 화장지 10개가 자동으로 봉투로 들어오는 단순한 작업이었다.

솔직히 고백한다. 생산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줄 수 있을 거라 장담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발달장애인이라서 일을 나보다 못할 거란 오만함이 있었고, 편견에 찌들어 있었음을 반성하게 됐다.

실수하는 기자가 당황하지 않도록 엠마우스산업 생산직원이 친절하게 다시 알려줬다. 그래도 베테랑들의 속도를 따라가질 못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2.08.16 kh10890@newspim.com

고정 핀에 포장봉투를 제대로 고정했다고 생각했는데 화장지가 봉투 밖으로 우르르 쏟아졌다. 정리하고 다시 또 해보려고 하니 옆에서 지켜보던 생산 직원이 "어, 이거 잘못 끼웠어요"라고 했다. 그 사이 컨베이어 벨트에는 화장지가 잔뜩 밀려 생산 직원들의 업무만 가중시켰다. 오만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고 옆에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다시 배워서 했지만 그래도 베테랑의 속도를 따라가기엔 무리였다.

◆ 고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계속 실수해서 멋쩍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요"라고 오히려 다독여 주던 직원.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2.08.16 kh10890@newspim.com

일을 배워도 잘 안느는 사람이 있다. 이날 내가 그랬다. 안되는 걸 붙잡고 있기 보다 잘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포기가 빠른 편이다. 약은 약사에게, 포장은 생산직원에게.

공중화장실 등에 들어가는 점보롤 포장은 기계가 아닌 손으로 한다고 하길래 이걸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옆에서 테이블에 점보롤을 4개씩 쌓아주면 비닐봉지에 넣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시작도 전에 이미 생활의 달인이 됐다. 위에서부터 화장지를 감싸고 뒤집어서 상자에 착착 쌓는 시뮬레이션까지 돌렸다. 상상했던 대로 빠른 속도로 봉투에 화장지를 넣고 상자에 담으려고 했더니 단순히 넣기만 하면 되는 게 아녔다.

고객들이 물건을 받았을 때 보기 좋도록 화장지 4개가 일자로 전부 반듯하게 놓여져 있어야 한단다. 나는 봉투에 넣는 족족 흐트러지던데 옆에서 일하는 생산 직원은 기계처럼 정교하고 빠르게 해나갔다.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하는데 내가 너무 못했다.

옆에서 그 속도를 따라가보려고 해도 어찌나 빠른지, 도저히 따라가질 못했다. "제가 너무 민폐인 것 같다"며 자책하니 그는 "기자님 쉽지 않죠? 저희들도 처음에는 다 어려웠답니다. 너무 자책하지 않으셔도 돼요" 일을 도우러 온 게 아니라 망치고 있다고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위로해 주는 그의 모습에 가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한쪽에서 파라핀을 붓고 굳기 전에 얼른 심지를 꽂는 양초를 만드는 작업. 심지를 중앙에 놓아야 하는데 자꾸 심지를 눕혀지게 했다. 불량품이 나올까 봐 더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다. 기자만 빼면 분업화가 잘 돼 있었다.[사진=전경훈 기자]2022.08.16 kh10890@newspim.com

가톨릭 전례초라고 불리는 양초를 만드는 일도 도왔다. 준비된 컵에 파라핀을 붓고 가운데 심지를 꽂기만 하면 됐다. 생산 직원이 옆에서 주전자로 파라핀을 붓고 나면 재빨리 심지를 가운데 꽂는 작업이었는데 이렇게 단순해도 단순할 수 없는 작업도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가운데에 살포시 놓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바닥에 제대로 고정되도록 조금 눌러줘야 한다고 했다. 고난도의 기술이라고 말한 이유는 조금만 힘을 줘도 심지가 휘거나 중앙을 벗어났다. 게다가 파라핀이 뜨거워서 자칫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작업이었다. 

이런 고난도의 작업에도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혼자 심지를 휘게 만들고 중앙을 한참 벗어나는 초심자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들이 걱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한 직원은 "기자님 불량 만드시면 안 돼요"라고 했다. 모두가 빵 터졌다. 그만 낯이 뜨거워져서 "아이고.. 다들 어떻게 이렇게 잘하시냐"고 했다.

일은 못해도 힘쓰는 건 자신 있는 기자. 이날 만든 제품이 어떻게 생산됐는지,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는지를 알게 됐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사진=전경훈 기자] 2022.08.16 kh10890@newspim.com

이들이 일을 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생산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만 12년이란다. 20년을 근무한 주효진 관리 팀장도 매번 깜짝 놀란단다. 일이 많아서 함께 도울 때면 자신들보다 손이 더 빠른 직원들의 속도에 감탄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날 함께 체험하며 만들었던 제품들은 광주시청과 구청을 비롯해 교육청과 인천공항 등에 공급된다고 했다. 베테랑들 사이에서 숟가락만 얹었지만 화물차에 싣는 순간 뿌듯함이 밀려왔다.(고객님들 저 열심히 일했습니다.)

◆ "우 투더 영 투더 우!"...'봄날의 햇살' 그런 친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사진=ENA 홈페이지] 2022.07.13 alice09@newspim.com

"우 투더 영 투더 우!", "동 투더 그 투더 라미! 하!"

일명 '우영우 인사법'이다. 등장만으로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하는 장면이다. 자폐 스펙트럼의 장애를 가진 우영우에게 편견 없이 대하는 그의 절친 동그라미가 만날 때마다 주고받는 인사다.

누구 하나 먼저 장애인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는 사회에서 우영우에게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존재한다. '서브 아빠'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항상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는 선배 정명석 시니어 변호사, 로스쿨 시절부터 우영우에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봄날의 햇살' 최수연.

이들은 장애와 비장애를 칼같이 나누지 않고 드라마 제목처럼 '이상함'을 폭넓게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 엠마우스 산업 주효진 팀장은 드라마 속 '우영우'를 바라보는 시선처럼 현실에서의 '우영우'를 바라보는 시선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직장인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봄날의 햇살' 같은 역할을 하는 일터.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을 고용하는게 목표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2.08.16 kh10890@newspim.com

주 팀장은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인 우영우보다 그 주변 인물들에게 더 눈길이 간다"며 "그녀가 직장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동료와 상사,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고 교육하고 지지해 주는 아빠, 같이 어울리고 고민을 나누는 친구, 이런 주변 인물들 때문에 그녀는 발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 팀장은 엠마우스 산업이 바로 발달장애인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주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40명의 발달장애인이 갖고 있는 40색을 인정하고 각각의 장애 특성과 정도에 맞는 다양한 직업재활 사업으로 그들이 신바람 나는 일터에서 일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어가고 있단다.

'봄날의 햇살'과 같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실천은 장애인 생산품을 이용해달란 것. 이것만으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가 가능해 이들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직장인으로 나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자폐인은 일을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당당하게 맡은 바 일을 해내는 이들. 의학적 '장애'보다 사회적 편견이 어쩌면 이들을 더 아프게 하진 않았을까 반성하게 됐다.[사진=전경훈 기자] 2022.08.16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드라마, 영화에서 자폐성 장애 혹은 지적 장애를 가진 주인공들의 '서번트 증후군'과 같은 비범한 능력에는 감탄하면서도 현실에선 비장애인이 모든 면에서 더 나을 거란 편견을 분명히 갖고 있었음을 이번 체험을 통해 반성하게 됐다. 아닌 척하며 살아왔지만 내심 '내가 그래도 일은 더 잘하겠지'라는 생각 말이다. 어쩌면 의학적 '장애'보다 편견이라는 사회적 '장애'가 이들에게는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고 있진 않았을까 거듭 반성하게 됐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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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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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핵심인사 일가족 중국서 탈북했다고?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고위층 일가족이 중국 체류 중 우리 관계기관에 탈북·망명을 요청해 국내에 무사히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정보 관계자는 15일 뉴스핌에 "중국에서 대표부 대표급으로 일해온 노동당 핵심 인사가 지난 7월 망명을 요청해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면서 "현재 국가정보원의 보호 아래 합동신문과 국내 정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중국에 체류해온 북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의 일가족이 지난 7월 탈북 망명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15일 파악됐다. 사진은 북한 고위층 일가족의 한국행을 AI를 이용해 표현한 가상 이미지. [사진=AI생성] 2026.09.15 ◆북한 고위급 인사 망명 확인은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노동당 대외 관련 핵심 부서의 간부급으로 중국으로 파견돼 일해온 이 인사는 부인은 물론 자녀를 동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체류 고위급 북한 인사의 탈북·망명과 수용 조치가 확인된 건 이번이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이다. 탈북·망명 동기와 관련해 이 인사는 한국과 서방국가의 자유로움과 발전상을 보며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압적인 행태에 실망했고, 특히 어린 자녀의 미래를 위해 평양 귀환을 하지 않고 서울행을 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망명해 온 인사가 동북 3성 지역의 북한 공작 핵심 거점 도시에서 일해온 만큼 최근 북한의 대남 관련 동향이나 북중 관계 정보를 다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특히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대남적대 노선 노골화 이후 북한의 대남 전략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인사의 탈북과 국내 입국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중국 당국의 협조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지난 6일 강원도 원산항에서 열린 구축함 강건호 취역식에 참석한 조용원(앞줄 왼쪽)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를 비롯한 핵심 간부와 가족들이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행사장 대형 화면에 국무위원장 김정은과 딸 주애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캡처] 2026.09.15 yjlee@newspim.com 해외 근무 북한 외교관이나 대표부 요원, 파견 근로자의 한국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태영호 영국 주재 공사가 가족과 함께 망명했고, 조성길 이탈리아 대리대사(2018년), 류현우 쿠웨이트 대리대사(2019년), 리일규 쿠바 주재 대사관 참사(2023년) 등이 대표적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체류 국가나 신상을 밝히기 어려운 고위급 인사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 2026-09-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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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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