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7일 폴란드·루마니아 순방 중 소회 밝혀
"중진들, 각 당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현안조정위 필요...원내대표단 여행 생각중"
[부크레슈티=뉴스핌] 김승현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은 9일(현지시간) 원내 1, 2, 3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이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국회 상황에 대해 "팬덤 정치로 당심과 민심이 멀어지며 정치가 버림받았다"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현안조정위원회를 차용해 "각 당의 중진들이 국민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각 당의 정치 의사 결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된다"고 조안했다.
지난 5일부터 5박 7일의 일정으로 폴란드, 루마니아로 취임 첫 순방길에 나선 김 의장은 부크레슈티 근교에서 순방 기자단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 (공동취재사진) 2022.08.02 photo@newspim.com |
김 의장은 '3당 비대위 체제에 대한 평가와 여야 각당에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우리 정치도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는 국민 마음을 잘 수렴해서 당의 당심으로 만들고 그것을 통해서 공감대를 확산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그런데 3당이 다 그게 부족한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소위 팬덤 정치 때문"이라며 "팬덤 정치가 민주당에만 있는 게 아니고 보니까 국민의힘에도 상당한 팬덤 세력이 있더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준석 세력 뿐 아니라 이준석에 반대하는 세력도 상당한 팬덤을 이루고 있다. 팬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SNS가 보급되면서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그런데 너무 극우와 극좌로 가서 국민 통합을 깨뜨리는 그런 기제로만 작용을 하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의장이 되기 전에 보면 하루에 몇백 개씩 문자가 오는데 우선 욕설로 시작하는 문자가 상당히 많다. 그 다음에 욕설로 시작하는 문자를 의원들이 안 받기 시작을 하니까 그다음에 호소형도 있다"며 "그런데 많은 문자가 너무 단순화된 개념으로 결론을 정해놓고 요구하더라"고 전했다.
김 의장은 이어 "예를 들면 '법사위 탈환해라' '다수 의석 가지고 뭐 하냐' 지금은 제일 많이 오는 게 '(이상민) 행안부 장관 당장 탄핵하지 뭐하고 앉았냐'다"라며 "이런 식의 정치 행동과 이를 지시하는 팬덤 정치는 거기에 말려들어가기 시작하면 당심이 민심과 멀어지는 그런 길로 간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극단적인 정치세력들이 당의 지도부나 팬덤 정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리더십에 따라서 간다면 우리 정치는 점점 더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일로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의장은 "그래서 이 시기에 왜 각 당이 다 비대위 체제로 갔을까를 우리가 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내가 보기에 오랜 정치 경험을 하고 국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해본 중진들이 각 당의 정치 의사 결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된다. 민주당도 그렇고 국민의힘도 마찬가지고 정의당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그래서 국회의장으로서 독일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안조정위원회 같은 것, '한국형 현안조정회의' 같은 걸 했으면 한다"며 "각각의 중진들이 중요한 정치 현안에 관해 좀 더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고, 그것을 각 당 정치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이어 "하반기 원구성이 늦어지면서 '이러다 보면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더 불신을 받을 텐데 무슨 이유로 하반기 국회 구성을 늦추느냐'는 반론들이 각 당에서 나왔다"며 "예를 들어 민주당 워크숍에서 '잘못된 약속도 약속이니까 법사위원장 주기로 했으면 그거 지켜라, 원 구성 빨리 합의하자'는 이야기가 중진들로부터 나왔다"고 귀띔했다.
김 의장은 "그래서 국민의힘도 지금 그런 게 필요한 때라고 본다. 앞으로 비대위 체제가 가면 국민의힘도 그런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진들이 현안을 놓고 솔직하게 여러 가지 진솔한 대화를 나눠서 당심과 민심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그래야 국민들이 볼 때 '그래도 우리 국회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려고 애를 쓰고 노력하는구나' 이렇게 느낀다"며 "그런 여건과 환경을 국회의장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은 우선 양당의 원내대표단이 더 소통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라며 "공관에서 제일 먼저 그분들을 불러다가 같이 술한잔 하면서 얘기를 나눠보니까 그게 꼭 필요하더라"고 했다.
김 의장은 "우리 비서실장도 권하시고 해서 양당 원내대표단이 짧은 기간이라도 같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런 걸 한번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서로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같이 장시간 차도 타고 다니고 하면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런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