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회담…박진 "北 대화선택 中역할 당부"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대만문제와 북핵, 공급망 관리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박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오후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시 지모(卽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1시간 40여 분간 소수 인원이 배석한 소인수 회담을 한 뒤 확대회담에 들어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2.8.9 [사진=외교부] |
왕 부장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지금까지 성공을 이룩해 온 유익한 경험을 정리하고 양국관계의 큰 국면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양국이 해야 할 '다섯 가지'를 거론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래 30년을 향해 중한 양측은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1)"며 "선린우호를 견지해 서로의 중대 관심사항을 배려해야 한다(2)"고 말했다.
아울러 "윈윈을 견지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하고(3),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4)"고 언급했다.
또한 "다자주의를 견지해야 한다(5)"며 "이 다섯 가지를 견지해야 하는 것은 현재 중한 양국 국민의 뜻의 최대공약수이자 시대적 흐름의 필요적 요구"라고 역설했다.
왕 부장이 강조한 '독립자주'와 '내정불간섭', '다자주의' 등은 특히 대만문제 등으로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자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경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비바람에 시련을 겪어온 중한관계는 당연히 더 성숙하고 더 자주적이고 더 견고해져야 한다"며 "저는 장관님과 함께 양 정상 통화 시 이룩한 중요 합의에 따라서 중한 관계가 이미 확정한 전략적 협력동반자란 방향을 따라 계속해서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진전 발전할수 있도록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장관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양국이 상호존중에 기반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협력적 한중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익과 원칙에 따라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양국이 '인류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해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상생협력을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화이부동'이란 군자는 남과 화목하게 지내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남의 의견에 동의해 무리를 지어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나아가 "지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전례 없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란 일관된 원칙에 기초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둘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더불어 "그간 밀접한 경제관계를 발전시켜온 양국은 한중 FTA 서비스 투자협상 타결,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관세 및 원산지 이점 활용과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등을 통해서 새로운 도전들을 함께 극복해 나가야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한중 양국은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로서 최고위급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편리한 시기에 시진핑(習近平) 주석님의 방한을 기대한다. 아울러 연내 왕이 위원께서도 한국을 방문하시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있다. 2022.8.9 [사진=외교부] |
외교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이날 회담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소인수회담장에 먼저 도착한 왕 부장은 한국 취재진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며 인사를 건네고, 한국어로 할 줄 아는 말이 한마디 있다며 "한식 좋아요"라고 하는 등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박 장관이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연내 왕 부장의 방한을 희망한다고 강조하자 왕 위원은 "짜장면을 먹으러 가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당초 1시간 가량으로 예상됐던 소인수회담은 1시간 40여 분간으로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왕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국내 수해 상황을 언급하며 "최근 한국 수도권에서 폭우피해가 일어나 여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하거나 다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기회를 빌어 저는 장관께 그리고 피해를 입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의 대면 회담은 이번이 두 번째다. 두 장관은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첫 대면 회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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