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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만' 이라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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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조항에 발목 잡힌 장애인 이동권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공중이용시설이나 공공업무시설에 사회적 약자를 위해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별표2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다만, 장애인등이 이용하는 시설이 1층에만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

이 단서조항은 법이 시행된 지 24년이 지났는데도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원래 법의 취지보다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최근 서울 혜화경찰서와 용산경찰서, 종로경찰서에서 연달아 경찰 조사를 거부했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하는 도중 도로를 점거하고 열차 운행 등을 방해한 혐의로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해당 경찰서들에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지역 31개 경찰서를 둘러본 결과 승강기가 아예 설치되지 않은 곳이 10곳에 달했다. 이들 건물은 법 시행 전 준공됐다는 이유로 법에 해당조차 되지 않았다.

승강기가 있다고 사회적 약자의 층간 이동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본관과 별관 중 본관에만 승강기가 설치돼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계단을 이용하기 힘든 사람들은 승강기가 닿지 않는 별관 2, 3층에 어떻게 접근하느냐고 물었다. "별관 2, 3층은 일반 시민들이 들어올 일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는 사람은 공공업무시설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가파르거나 좁은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으나 일반화장실로 표기된 점자 안내판. 문제는 승강기만이 아니었다. 비장애인에겐 이행됐는지도 모를 사사로운 부칙들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권리를 보장받는 일이다.

장애인등편의법은 시행 당시 정비대상시설뿐 아니라 정비기한을 정한 부칙이 있었다. 부칙 별표4는 공공기관 등은 법 시행 후 2년 이내에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곳에도 '다만'이 있었다. '접근로의 유효 폭 및 기울기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유효바닥면적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 '경사로 설치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이런 경우들에 한해서는 '다만'이 적용됐다.

"다만, 세부기준에 의한 편의시설의 설치가 부적합한 경우에는 관련 사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예외는 법 시행 후 2년 안에 정비되어야 하는 공공기관 등의 시설이 20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걷도록 했다. '다만'이라는 벽은 아직도 허물어지지 않았다.

 

heyj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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