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청담글로벌 등, 코스닥 상장 후 주가↑
공모가, 희망밴드보다 낮아...저가매력 '업'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공모주들이 상장 이후 '반전 상승세'로 주목받고 있다. 공모가 할인율을 높여 저가 매력도가 높아진데다 공모주를 받은 기관투자자가 적은 만큼 주가 부양도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루닛은 공모가(3만원) 대비 2.67% 오른 3만8000원에 시초가를 형성, 가격제한선까지 오르며 4만원에 장을 마쳤다. 이튿날 주가도 장중 22%대까지 상승하다가 종가는 4만400원으로 마감했다.
루닛은 AI 기반 의료영상 진단·치료 플랫폼 개발기업이다. 암 진단 AI 영상분석 솔루션, 암 치료용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등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평가기관에서 기술성평가 AA등급을 받으며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갖췄다. 다만 최근 증시 부진에 성장주 매력이 꺾이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루닛의 IPO 성적표는 '흥행 참패' 수준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이 7.10대 1에 그치면서 올해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도 희망밴드(4만4000~4만9000원)보다 훨씬 낮은 3만원에 확정했다. 1차 관문격인 수요예측이 실패하자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경쟁률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대신 IPO 과정에서 공모가 기름기가 쫙 빠지며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닛의 공모가는 상한가를 기록해도, 당초 희망밴드 하단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똑같이 수요예측 경쟁률이 낮았던 기업 중에서도 공모가를 희망밴드 안에서 확정한 기업들은 공모가 대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로노이와 바이오에프디앤씨가 대표적이다.
올해 신규 상장주 가운데 청담글로벌과 공구우먼도 공모가 희망밴드 대비 낮은 공모가로 데뷔해 상장 이후 상승 흐름을 탄 업체들이다. 청담글로벌은 지난 6월 3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확정된 공모가는 6000원으로, 공모가 희망밴드(8400~9600원) 하단 기준으로도 29% 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후 주가는 연일 상승하며 6거래일 만에 1만6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공구우먼도 상장 이틀 차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공모 과정에서 겪은 설움을 털어냈다. 공구우먼 역시 수요예측 부진에 당초 희망가(2만6000~3만1000원) 하단보다 낮은 2만원에 공모가를 확정한 바 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일단 수요예측에서 실패하면 물량을 받아가는 기관이 별로 없어 일부 기관이 과배정을 받게 된다"며 "이 경우 불안감에 물량을 초반에 던지는 경향이 있는데 기관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물량이 빠르게 흡수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모가를 낮춰서) 가격 메리트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증시 불안정성이 계속되며 기관투자자들의 특정 업종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2차전지, 폐배터리 관련주인 성일하이텍, 새빗켐 등에 천 단위로 경쟁률이 몰렸다. 반면 아이씨에이치와 에이프릴바이오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에 그치며 소외됐다. 이 가운데 에이프릴바이오는 기존 공모가 희망밴드(2만~2만3000원) 하단 대비 20% 낮춘 1만6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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