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통일부 업무보고 "비핵화 선순환 추진"
단계별로 경협과 안전보장 방안 마련에 중점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골간을 이룰 '담대한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구체적인 추진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언제, 어떻게 윤 대통령이 북한에 이를 제안하느냐 하는 문제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호응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2022년 통일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통일부 보고의 핵심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란 비전과 3대원칙, 5대 추진과제로 요약된다.
3대원칙에는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 ▲호혜적 남북관계 발전 ▲평화적 통일기반 구축이 포함됐다. 또 5대 핵심 추진과제에는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 ▲상호 존중에 기반한 남북관계의 정상화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과 분단 고통 해소 ▲개방과 소통을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 ▲국민·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통일준비가 담겼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5대 핵심과제의 맨 우선을 차지하고 있는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이다. 권 장관은 보고에서 "정부는 담대한 계획을 중심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대한 계획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단계별로 제공할 수 있는 대북 경제협력 및 안전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7.4 남북공동성명 50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2.07.04 yooksa@newspim.com |
대북 문제와 관련한 '담대한 계획'은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처음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와 외교부 등 대북관련 부처들은 현재 담대한 계획의 구체적인 전략과 추진 방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이 이르면 8.15경축사 등 계기에 구상을 밝히며 대북제안을 하거나 해외 순방 등의 과정에서 상징적인 장소를 택해 공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통일부는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에 맞물려 남북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 육성과 이를 뒷받침할 남북 인프라 구축, 해외투자 유치 방안 등을 구체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한이 공동 번영 할 수 있는 협력방안으로 남북공동발전 계획도 수립해 이행할 것이란 얘기다.
통일부 청사 내부 [사진=뉴스핌 DB] |
일각에서 윤설열 정부의 담대한 계획이 과거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 주민 1인당 국민소득(GDP) 3000달러 시대를 열수 있도록 경제개발을 남측이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담대한 구상은 선(先)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고 우리가 상응하는 경제협력과 안전보장 조치를 서로 맞물려 단계적이고 동시에 진행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런 구상이 권영세 장관이 강조해온 대북정책의 '이어달리기'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당국자는 "이전 정부와 단절된 새 대북정책을 내놓겠다는 게 아니라 역대정부가 추진해온 연장선상에서 진화와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세 장관은 보고 후 언론브리핑에서 "그간 비핵화는 미·북 간의 문제라고 본 측면이 있는데 앞으로는 담대한 계획을 중심으로한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비핵화를 포함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개입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계획'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점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와도 거리를 둬온 북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속하고 7차 핵실험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들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탈북 선원 강제북송 사건이나 서해 북한 수역에서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등을 지켜보면서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가질 공산도 크다.
[서울=뉴스핌] 12일 통일부는 탈북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2019년 11월 7일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통일부 직원이 촬영한 것이다. [사진=통일부] 2022.07.12 photo@newspim.com |
정부의 담대한 계획은 물론 최소한의 대북지원을 성사시키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란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도 이런 현실 때문에 적지 않은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당국자는 "우리가 계속 북한의 대북지원을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호응을 유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마련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나온다. 사전 배경설명을 위한 북한과의 소통라인 가동이나 대북특사 파견, 남북 간 당국회담의 재개 추진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