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종목명:TSLA)가 2분기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바닥을 절묘하게 피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상당량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의 미래 성장 가치를 보고 '장투(장기투자)' 하겠다던 일론 머스크 최고 경영자(CEO)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지만, 바닥을 피하는 투자 감각만은 남달랐던 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 |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테슬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테슬라는 2분기 매출이 1년 전 120억 달러에서 42% 증가한 169억달러로 늘었다고 밝혔다. 팩트셋이 조사한 월가 전문가 전망치 165억달러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2분기 순이익은 역시 주당 1.95달러로 팩트셋이 예상한 전망치 1.81달러를 웃돌았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여파에 순익이 악화됐을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킨 결과이다. 테슬라의 가격 인상이 생산 문제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이날 눈길을 끈 건 비트코인 관련 내용이었다. 실적 발표에 앞서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급락한 비트코인 가격으로 인해 테슬라가 상당한 평가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 바클레이스, 비트코인 손실 약 4.6억달러 추정...실제는 1억달러 수준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로 올해 2분기에만 약 4억6000만달러(한화 약6054억 9800만원)의 평가손실을 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2분기에 앞서 테슬라는 약 4만20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평균 매입단가가 3만달러(약 3950만원)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갔고 1만9000달러(약 2500만원)를 하회하며 2분기를 마감했다.
테슬라의 매입 단가를 감안하면 1BTC(비트코인) 당 약 1만1000달러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바클레이스가 4억6000만달러(4만2000x1만1000달러=4억6200만달러) 가량의 손실을 예상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손실은 예상치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을 치기 전 대량 매도한 덕분이다.
이날 실적 발표에 따르면, 테슬라는 2분기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을 치기 전에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의 75%가량을 매도해 대차대조표 상으로 9억3600만달러(1조2320억원)의 현금을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역추산해보면 테슬라가 1BTC당 약 3만달러에 3만1500개의 비트코인을 매각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이 2분기 1만7000달러대까지 떨어진 걸 감안하면 바닥을 절묘하게 피해 매입단가 수준에 매도한 셈이다.
◆ 머스크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현금량 늘려야했던 탓" 과대해석 경계
머스크 CEO는 이와 관련해 분기 실적 성명에서 "2분기 말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명목화폐(fiat currency)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열광적인 비트코인 지지자로 알려진 머스크 CEO는 이 같은 '변심'에 대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언제 풀릴지 불확실했고 이로 인해 보유한 현금량을 최대로 늘릴 필요가 있었다"고 변명하며 "이를 비트코인에 대한 일종의 판결문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테슬라는 미래 암호화폐 보유량을 다시 늘리는 데에 여전히 열려있다"고도 덧붙였다.
물속으로 가라앉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대시 모형 [사진=로이터 뉴스핌] |
자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어닝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에 보유와 가격 하락에 따른 2분기 상각(write down) 규모는 약 1억600만달러(1394억748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4억6000만달러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장부상 테슬라는 약 1만5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세로 약 2억4000만달러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머스크 CEO가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언급하며 테슬라 차량 구매에 비트코인 결제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머스크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모두 매도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머스크 CEO는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팔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저점을 교묘히 피해가며 막대한 손실은 면했지만, 결국 '말바꾸기 달인'이라는 비난은 피해가기 힘들 전망이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