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디지털전략팀 신설...가상화폐·NFT 조사
지난해 말 조직 축소 후 올해 사실상 '완전 해체'
"사실상 상품화 어렵다"...당국 반대에 일보후퇴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증권가에서 1호 디지털자산팀을 꾸렸던 한화자산운용이 전담팀을 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의 난색에 디지털자산 관련 상품 개발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후퇴한 모양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올 상반기 디지털자산 전담팀을 사실상 완전히 해체했다. 지난해 9월 디지털전략팀을 CPC기획팀으로 전환하더니, 올해 2분기부터는 CPC기획팀에서도 디지털자산 관련 업무를 제외시켰다.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화자산운용은 업계 최초로 디지털자산 관련팀을 꾸린 자산운용사다. 2020년 디지털자산팀을 신설, 새로운 대체 투자처로 부상한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을 전통 운용사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상품화 방안을 모색해왔다.
블록체인 정보분석 및 가상화폐 공시 플랫폼인 크로스앵글과 협업해 주기적으로 디지털자산 관련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이 주요 소재다. 하지만 해당 리포트는 지난해 7월부터 한화자산운용 단독으로 발간되다가 이달 3월 '이더리움 분석'을 끝으로 게시가 중단됐다.
올해 초까지 디지털자산 분야를 연구·조사하던 CPC기획팀은 현재 개인 솔루션 부문으로 활동 영역을 완전히 전환했다. 개인투자자 대상 자산 포트폴리오 배분을 비롯해 연금 관련 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이달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성장성이 큰 연금 자산 시장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장은 힘이 필요한 곳에 역량을 배분하고 있다"며 "올해는 연금이나 개인 솔루션 쪽에 중점을 두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의 디지털자산팀 해체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디지털자산 부문을 기약 없이 연구·조사만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과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듯 '정부, 정책과 싸우지 말라'는 말도 있다"며 "금융당국이 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에서는 눈치를 보는 게 맞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디지털자산 관련 상품화는 금융당국의 반대로 요원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상품 허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을 출시하려 했지만, 금융당국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초 비트코인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개발도 고심한 상황에서 간접 상품 출시마저 어려워지자 당분간은 관련 상품 출시가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한화자산운용은 기존에 연구·조사한 자료가 있는 만큼 기회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백조가 물 밑에서 바쁘게 발을 젓듯이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다"며 "비즈니스로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