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부교육청, 학원 불법 심야 교습 단속
20대 기자가 직접 해보니 "현실적으로 무리"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대전교육청 산하 서부교육지원청이 학원·교습소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학원 불법 심야 교습행위 단속이 형식적으로 허술하게 진행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뉴스핌> 기자가 직접 단속 경로를 따라 해보니 공무원 4명이 4시간동안 210개 학원을 점검한 것은 '사실상 부실단속'으로 확인됐다.
대전교육청 산하 서부교육청은 지난달 24일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 210여개 학원을 대상으로 불법 심야 교습 단속 실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심야 교습 점검은 지난해 연말 다시 재개돼 올해 두 번째로 단속이 진행됐다.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대전시 교육청 산하 서부교육지원청이 지난달 24일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 210여개 학원을 대상으로 불법 심야 교습 단속 실시'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공무원 4명이 4시간동안 210개 학원을 점검한 것은 사실상 부실단속으로 확인됐다. 2022.07.19 jongwon3454@newspim.com |
불법 심야 교습 행위 단속은 '대전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이뤄진다. 초·중·고등학생에 대해 각각 오후 10시·11시·12시까지로 교습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는 학원을 대상으로 동·서부교육청이 각각 자체적으로 정기 혹은 불시로 단속하는 것이다.
현재 대전서부교육청 평생체육교육과는 서구와 유성구 등 2500여개 학원을 4명의 교직원이 관리하고 있다. 대전동부교육청은 중구, 동구, 대덕구 등 1000여개 학원 대상으로 3명이 배치된 상태다. 불시 단속은 보통 학원들이 교습이 끝나는 밤에 진행한다.
담당 공무원은 이에 대한 시간 외 수당을 따로 받는다. 시간 외 수당은 일일 최대 4시간 이상 받을 수 없다.
지난달 21일 대전 서부교육지원청은 평생체육교육과 담당자 4명으로 단속반을 구성해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4시간 동안 모두 210개 학원을 점검했다. 지역은 둔산동, 탄방동, 관저동, 지족동으로, 담당자 1명당 동별로 30~100여개 학원을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소수 인원이 광범위한 단속점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담당자 등은 '학원을 직접 방문해 폐문 상태나 내부의 전등이 꺼진 상태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단속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대전서부교육청이 이날 단속한 학원들은 한 건물 내에 밀집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블록 별로 띄엄띄엄 위치해 있는 경우도 많아, 시간 내에 제대로 된 단속이 가능한지에 대한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뉴스핌>은 점검에 나섰던 담당자 중 한 명의 주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들이 실제 점검한 지역을 20대 취재기자가 직접 동일한 곳을 다니며 현장실험을 했다.
<뉴스핌>은 최근 서부교육청이 점검했던 지역 중 가장 학원이 밀집된 둔산동을 찾았다. 오후 4시 27분부터 오후 5시 27분까지 1시간 동안 단속 방법과 동일하게 학원까지 기자의 발품으로 현장을 방문해 내·외부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봤다.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19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일원 학원밀집지역으로. 서부교육청은 지난달 평생체육교육과 담당자 4명으로 단속반을 꾸려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4시간 동안 모두 210개 학원을 점검했다. 지역은 둔산동, 탄방동, 관저동, 지족동으로, 담당자 1명당 동별로 30~100여개 학원을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2022.07.19 jongwon3454@newspim.com |
그 결과 20대 기자가 1시간 내내 쉬지 않고 움직였음에도 37개 학원을 점검하는데 그쳤다. 고층 건물에 학원들이 밀집돼 있음에도 학원 입구(문)를 확인하고 계단 혹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데에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연속으로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학원 점검을 제대로 해내는 것은 일반 체력으로는 무리였다. 외부에서 창문을 통해 불이 켜져 있는지를 눈으로만 확인한다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창문을 가리고 불법 운영하는 학원이 있는 만큼, 제대로 점검하기 위해서는 학원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필수다.
그렇기에 서부교육청이 주장하는 4시간 동안 담당자 1명당 30~100개의 학원을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가능한 지에 의문이 생길수 밖에 없었다.
이에 기자는 대전시교육청 산하 서부교육청 측에 학원관리시스템과 실제 방문한 학원 명단 등을 요구했지만 "학원명이 유출될 시 향후 관리에 어렵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대신 실제 다녀왔다는 몇몇 학원 전경 사진, 점검했다는 학원 명단 등을 촬영한 사진만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외부 유출 불가를 내세워 기록이나 촬영은 거부했다.
교직원 4명이 4시간 동안 학원 210곳의 실제 점검이 가능할지를 두고 시 교육청과 서부교육청 관계자들은 실제점검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선교육청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다. 공직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지켜야할 윤리의식 부족이 행동강령 역량 부실로 이어졌고, 그런 상황에서 일선 교육공무원에 대한 교육훈련이 제대로 될리 없다는 지적이다.
일선교육청의 한 간부도 "점검(단속)은 업무집행 과정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기록돼야 하고 이를 제대로 입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같은 공직자로서 해당 (점검)방식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전시교육청 교육복지안전과는 서부교육청의 학원점검(단속) 관리체계 부분에 대해 문제점을 인정했다.
시 교육청 담당계장은 "(학원단속 점검) 관련 처분권한을 (동·서부교육청) 위임했어도 (직원)관리에 대한 부분은 시 교육청 권한"이라며 "앞으로 교육지원청과 협의를 통해 관리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jongwon34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