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빅스텝'에 차주들 이자 충격
코로나 초 영끌 투자했던 직장인 '이자 두배'
자영업자 소진공 대출금리도 2%대→5%대로
"앞으로 이자 비용이 더 커질까봐 무서워"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p)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자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이들(차주)의 이자부담이 커졌다.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약 10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0%에서 2.25%로 1.75%p나 뛰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4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은 '영끌족'과 매출감소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배로 오른 이자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주식투자를 위해 신용대출로 9600만원을 영끌했다"며 "당시 연 2.7%였던 대출금리가 다음달 부터는 연 4.5%까지 오를 것이란 은행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아직 주식으로 원금 회수도 못했는데 배로 늘어난 이자를 보니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40대 직장인 이모 씨도 "노후 대비를 위해 조그마한 상가하나 구입하면서 3억원 정도 대출을 받았는데, 이번에 이자만 20만원이 올랐다"면서 "아직 수익이 나고 있는 것도 아니라 앞으로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더 커질까봐 무서워진다"고 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대환대출'에 대한 차주들의 고민도 많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는 "요즘 금리가 엄청 올라서 대환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3억9500만원 있고 변동금리로 4.82%로 1년 지났다. 주담대 금리가 더 오를 거 같은데 아무리 높아도 4.1%까지 받을 수 있는 곳 있나요"라고 문의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연 4~5%대 중반까지 오르며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커졌다. 이 때문에 대출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06조3258억 원이다. 전월 대비 3조4381억 원 증가했다. 이는 직전 달 증가액(4조728억 원)보다 크게 축소된 규모다. 신용대출 역시 140조8279억 원으로, 전달 대비 1720억 원 감소해 하반기 들어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벽면에 걸린 대출 안내 현수막. 2021.11.02 pangbin@newspim.com |
자영업자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두기 정책이 이어지면서 정상영업을 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희망대출 등으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제 막 정상화 되는 시점에 이자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또 다시 어려움에 부딪혔다.
경기도에서 주점을 하는 장모 씨는 "영업제한 전엔 빚이 없다가 'K방역' 때문에 1억원의 빚이 생겼다"면서 "별생각 안하고 있던 소진공 대출 금리가 2.8%에서 5.34%로 오른다는 고지를 받았다. 이게 말이 되는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점포 매도 중인데 금리 문제가 엮여서 더 안나가는거 같다', '자영업 대출 받은 건 9월부터 어찌되는 건지' 등 대출에 대한 푸념 섞인 글들이 주를 이뤘다.
한편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가 3%에 이를 경우 대출금리가 7%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27~6.144%, 변동금리는 3.63~6.135%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의 경우 1등급을 기준으로 3.31~6.23%의 금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안에 최고 금리가 8%대에도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