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빅테크 '감원 칼바람'
테크 전문인력 대규모 정리해고
"불황 끝나면 구인난 후유증 우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의 '감원 칼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선 이미 정리해고 한파가 덮쳤고, 국내 기업들도 하반기 신규 채용을 축소하며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인건비부터 줄여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겠다는 분위기인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FANG(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칼바람은 빅테크부터 덮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직원 1800명 가량을 정리해고 했고, 트위터는 신규 채용을 동결하고 인재채용팀을 30% 감축키로 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는 올 들어 500명 가까운 인력을 정리했다. 구글은 하반기 채용 속도를 늦췄고, 아마존도 감원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자율주행 보조기능인 '오토파일럿' 분야 직원 200여 명을 떠나보냈고, 전체 인력의 3~3.5%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리비안도 직원 5%를 감원할 계획이다.
전 세계 스타트업의 정리해고 추적기인 레이오프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정리해고 인원(6만3675명)의 절반 이상(3만3017명)이 지난 5~6월 두 달 사이 해고됐다. 최근 두 달간 스타트업을 떠난 인원은 월 평균 1만6000여 명.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다.
국내 테크 업계 분위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는 지난 4월 일찌감치 인건비 등을 줄여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비대면 근무 트렌드 속 공격적으로 채용을 늘렸던 이커머스 기업들도 다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쇼핑몰 성장세가 둔화된 측면도 맞물렸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반기 신규 채용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늦췄다"며 "코로나 재확산 추이도 조금 더 지켜보자는 판단"이라고 했다.
전 세계 스타트업 해고 추적기 '레이오프'에 따르면, 지난 5~6월 해고된 전 세계 스타트업 인원은 3만여 명에 이른다. [사진=레이오프 갈무리] |
감원 칼바람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인건비를 줄여 당장 급한 불을 끄는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장기 인재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문 인력 의존도가 높은 테크업의 경우, 인력 운용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조선업에서도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조선업은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수주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밀려들어오는 물량을 감당할 인력이 없어 허덕이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사람이 없어 수주를 포기한다'는 앓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2016년 조선업 불황 당시 숙련공을 비롯한 전문인력들이 업계를 대거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은 탓이다. 이들 대다수는 이미 직종을 바꾼 지 오래다.
2018년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를 떠났다는 A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시는 업계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충북 옥천에서 목조선을 제조하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터전을 옮겨 새로운 사업을 이미 시작한 데다, 저임금·고강도 업무를 다시 견딜 자신이 없다고 한다. 그는 "어려울 땐 사람을 버리고, 아쉬울 때만 사람을 찾는데 누가 다시 돌아가려 하겠냐"고 꼬집었다. '해고 트라우마'도 뿌리깊이 박혀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21대 국회 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은 조선업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통화에서 "경영이 어려울 때 인건비부터 감축하는 것은 상당히 후진적인 경영 마인드"라며 "직원들부터 먼저 잘라낼 게 아니라 허리띠를 같이 졸라매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윤 창출에 골몰해 기업이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