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해소 VS 10%도 안되는 낮은 분양가 상승률
강남재건축 시공사-조합 다툼 이어질 듯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4% 정도 오를 예정이다.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편의 원인으로 꼽히는 재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간의 공사비 분쟁이 해결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기대 만큼 분양가 상한선 인상폭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서울 둔촌주공재건축 조합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공사와 조합간 싸움은 다소 진정되겠지만 당장 해소되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예상이 많다.
1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편으로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만 이에 불구하고 공사비 추가 인상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의 알력은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이날부터 기본형 건축비(공사비)가 지난 3월 대비 1.53% 상향했다. 이에 따라 16∼25층 이하·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건축물 ㎡당 지상층 기본형 건축비는 기존 182만9000원에서 185만7000원으로 오른다.
◆ 건설업계, 일단 환영...공사비 증액 반영이 관건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는 하도급대금 증액 요청에 비협조적인 18개 시공사의 현장 26곳에서 공사를 중단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현장의 모습. pangbin@newspim.com |
일단 건설업계에선 기대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공사비 증액이 예전보다는 쉬워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대한 공동입장문을 내고 "분양가 개선 폭이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경직적이었던 제도 개선으로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선 4%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건자재값이 약 30% 가까이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건자재값이 오르고 레미콘을 비롯한 운송비용도 증가한 마당에 상한선 상승폭이 적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반면 건자재값이 크게 올랐을 때 이를 수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번 고시 개정안에서 레미콘, 고강도 철근 가격 변동률의 합이 15% 이상인 경우와 창호유리, 강화합판 마루, 알루미늄 거푸집 가격 변동률의 합이 30% 이상일 때 정기고시 3개월 이내라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공사비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기본형 건축비를 올릴 수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리스크(위험성)는 피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잿값 인상에 따른 기본형 건축비 인상폭을 얼마나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영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일단 제도를 시행하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요청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또한 민간의 주택공급 저해요인이 개선될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주택사업에서 실제 발생하는 비용임에도 그동안 분양가에 반영이 어려웠던 항목이 있었는데, 이번 대책으로 이런 항목이 비용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 여전히 부족한 분양가 인상폭...강남 재건축, 조합-시공사 다툼 이어질 것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건설업계는 당초 분양가 인상폭이 10%는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같은 분위기는 사업에 따라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사업 단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시공사와 조합간의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건자재값이 큰폭으로 올랐지만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공사비는 3.3㎡당 400만~500만원선에서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공사비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게 시공사들의 입장이다.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마감재 고급화, 특화설계 등의 조건을 맞추려면 700만~800만원대 공사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이 민간의 공사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매화마을 2단지 리모델링조합은 시공사인 삼성물산·GS건설 사업단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할 예정이다. 조합은 3.3㎡당 630만원의 공사비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공사업단은 3.3㎡당 720만~730만원의 공사비를 원하고 있어서다.
또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은 최근 3.3㎡당 598만원의 공사비를 28.76% 올려 770만원으로 재산정했다. 이밖에 부산 해운대 우동3구역을 비롯해 다수 조합들이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이 요구하는 공사비를 맞추지 못해 시공사들이 입찰하지 않아서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분양가 항목에서 가장 비중이 크고 건설사들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던 '택지비 상향조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하에서는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에 그치는데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높아져서 사업이 보다 활성화되려면 최소 10%는 올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은 조합 예상보다 낮은 일반 분양가가 공사 중단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전임 집행부는 애초 3.3㎡당 3550만원의 일반분양가를 기대했지만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분양가가 3.3㎡당 평균 2900만원 선에서 결정됐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2019년 초 분양한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는 3.3㎡당 3370만원에 분양했다.
이밖에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경기 광명시 광명2구역을 재개발하는 베르몬트로 광명, 서초구 디에이치방배(방배 5구역 재건축)도 분양가 산정을 둘러싼 갈등 심화로 주택 공급이 지연됐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이번 대책에서 분양가격 인상폭이 최대 4% 수준임을 고려하면 정비사업 활성화에 추진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며 "주택공급 촉진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주택공급 증가 효과는 미미한 반면, 원자재값 급등과 분상제 개편 등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개편안이 확정돼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분양이 임박한 정비사업 단지는 분양을 재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단지규모가 작거나 상대적인 비인기지역에 공급되는 재개발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과 시공사 선정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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