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상저하고'…올 수출 7000억달러 돌파 기대
수입 급증세 속 14년만의 무역수지 적자 예고
전쟁·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유가 해소 관건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올해 상반기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호조세를 보이는 반면 적자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같은 추세로 수출 규모가 늘어난다면 올해 수출액이 사상 첫 7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수입도 함께 늘면서 자칫 14년만에 무역수지 적자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 수출 '상저하고' 지속되면 올해 7000억달러 돌파 기대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1~6월 각각 역대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별로 보면 1월 553억2000만달러, 2월 539억1000만달러, 3월 634억8000만달러, 4월 576억9000만달러, 5월 615억2000만달러, 6월 577억3000만달러 등을 나타냈다.
이같은 월별 수출액 증가세로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6% 늘어난 3503억달러를 보였다. 역대 반기 최고 수준인데다가 처음으로 35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실제 역대 반기 수출액 순위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 3413억달러, 2018년 하반기 3082억달러 순이다.
수출이 반기 3500억달러를 상회한 만큼 올해 첫 연간 7000억달러 돌파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지난 2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보고서를 보면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9.2% 증가한 703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수출이 단연 우리나라 하반기 수출량 증가세를 견인해나갈 것으로 예측됐다. 반도체 수출은 견조한 파운드리 수요를 바탕으로 올해도 10.2%의 고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제품(50.5%)·석유화학(9.6%) 수출도 물량 증가와 단가 상승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11.1%)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과 물류난을 극복하고 대당 단가가 높은 전기차의 수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마이너스 요인도 전망됐다. 선박 수출(-21.9%)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주가 급감하면서 올해 인도예정 물량이 크게 줄고, 특히 러시아로 수출 예정이었던 LNG·FSU(floating Storage Unit, 저장설비) 선박의 인도차질 가능성 등으로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에 글로벌 수요 확대로 단가가 급등했던 철강 수출도 하반기부터 단가가 일부 하향 조정될 뿐더러 국내 수급도 여유롭지 못해 일부 수출물량이 내수로 전환되는 등 하반기부터 수출 감소(-12.2%) 추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동안 반기별 수출 실적을 보더라도 이번 상반기 3500억달러 돌파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수출이 대체적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 무역협회 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수출입 집계가 시작된 1969년 이래 6차례(1974년·1998년·2001년·2008년·2015년·2019년)만 제외하고 모두 하반기 수출 실적이 높았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과 여러 경제지표 등의 변수가 있지만 반도체를 선두로 해 주요 산업의 수출 증가에 대해서는 기대가 크다"며 "그동안에도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수출 판로를 다각화한 것이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수입 급증세 속 14년만의 무역적자 예고
수출은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무역적자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수입이 늘면서 수출을 상회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이때 수출은 60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600억달러 수출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수출액 증가폭을 키웠다. 다만 문제는 611억6000만달러를 보이며 4억2555만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적자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도 월별 무역수지 적자는 이어졌다. 1월에는 4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월(9억달러)과 3월(2억달러)에는 흑자로 돌아섰으나 4월 25억달러 적자를 보인 뒤 5월에도 17억달러만큼 수입이 더 많았다. 6월에는 상반기에 25억달러의 적자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로라면 올해 우리나라 수출입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무역협회는 올해 하반기에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면서 수입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1~5월 기준 원유·천연가스·석탄·석유제품 등 4대 에너지 수입이 총수입의 4분의 1 이상(27.6%)을 차지한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원유 도입단가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다보니 하반기에도 수입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게 무역협회의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들인 'OPEC+'의 추가 증산 결정과 올해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 등으로 하반기 무역수지 적자폭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올해 무역수지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면 2008년 이후 14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김경훈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수입은 대외적인 요인으로 단가가 상승한 영향이 있고 수출보다도 수입이 워낙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적자가 될 것"이라며 "전쟁의 장기화 영향을 비롯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등에 따른 단가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 등이 악재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나마 내년에 개선될 수 있는 모멘텀이라고 한다면 공급망 개선, 탄소중립 전환, 유가 안정화 여부 등이 될 것"이라며 "여기에 주요 비철금속의 가격 변화, 농산물 가격 변화 등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이 얼마가 갈 것인지 그리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에 얼마나 충격이 가해질 지 등도 전반적인 수출입 추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