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국내 주택시장 안갯속
전문가, 주택가격 전망 대세 상승에서 변화 감지
급격한 자산가치 하락 경계하며 정책 추진해야
[편집자] 문재인 정부 당시 기록적인 집값 상승을 기록한 이후 최근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아파트값 상승폭이 약세로 접어든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는 집값이 고점을 찍고 하향 안정화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시장이 더 움츠러들 것이란 의견과 더불어 정비사업 규제완화 등으로 서울 지역과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뉴스핌은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를 결과를 가지고 2022년 하반기 주택시장을 전망해 봤다.
[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최근 잇따른 금리인상 속에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주택 시장이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졌다.
5월 초까지만 해도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불과 한 달여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과 지방 포함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떨어지고 하락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분간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지난 21일 나온 가운데 하반기 집값 동향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온도 차이가 있다.
현재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연말까지 급격한 집값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다소 결이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급락 없지만 강보합·약보합·상승·하락 등 세부 전망 각기 달라
29일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 하반기 주택가격은 약보합을 보일 것이란 의견이 다소 우세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에 비해 0.03% 하락했다. 5월 마지막주와 6월 첫째주 0.01% 떨어졌던 서울 아파트값은 6월 둘째주에 0.02%로 하락폭을 키웠고 일주일 새 더 떨어지며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전국 아파트값도 한 주 전보다 0.03% 떨어졌다. 최근 3주간 낙폭을 키우며 5월 둘째주 이후 7주 연속 하락했다.
주택 시장이 이처럼 조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하반기 집값 변동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실물자산의 가치는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부동산도 실물자산이므로 집값 역시 오를 것"이라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경기 침체가 이어진다면 지역별 수요에 따른 집값 양극화가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혹여라도 집값이 전국적으로 폭락하게 되면 이는 국가 경제가 휘청이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에 개입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나 미분양 주택 수 등 관련 수치가 현재 최악의 수준은 아니지만 예년보다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썩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면서 "집값의 약보합 내지 조정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지다가 여름 지나면서 점차 매수자들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팀장이 조정 국면을 지나 매수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에 따른 전세난이 지목됐다.
그는 "향후 전세난이 가중되면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정부 전월세 대책이 나온 직후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 뒤 매수에 나설 경우 집값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161곳에 이르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가운데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 팀장은 "규제지역 해제가 어느 범위까지 이뤄질지도 집값 동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등의 조치로 서울에서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이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서울에서는 올해까지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연말까지는 집값이 강보합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 연구원은 "다만 집값 고점 인식이 팽배해 일부 공급 과잉 지역에서는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에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경기 악화로 집값이 0.7%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상반기 집값 상승분(0.2%)을 고려할 때 연간으로는 0.5%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떨어져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꼿꼿하게 상승세를 이어가던 강남3구 아파트값도 꺾이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엘스, 파크리오, 리센츠 등 잠실 대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최고가보다 3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에 붙어있는 아파트 매매 시세표의 모습. 2022.02.11 pangbin@newspim.com |
◆5월 설문서 전문가 60% "하반기 집값 오른다"...급변한 주택시장
뉴스핌이 지난 5월 건설부동산포럼을 앞두고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10명 중 6명이 하반기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 집값 전망 설문에 응한 37명 가운데 집값이 3% 이상 오를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가 38%으로 가장 많았다. '5% 이상 상승'(16%)과 '10% 이상 상승'(5%)을 합하면 하반기 집값 상승을 예측한 전문가가 59%에 이른다. 그 외 '보합' 32%, '0.3% 하락' 8%로 집계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하는 1순위 요인으로 '금리인상'(43.24%)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이 '대출규제'(35.13%)였다. 그 밖에 '상승 피로감'(8.10%), '보유세 강화'(2.70%) 등이 지목됐다.
이 때만 해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규제 완화 기대감이 반영돼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발(發) 고물가·고강도 긴축 쇼크에 경제 위기감이 커지면서 그 사이 집값이 하락 전환되면서 향후 주택 가격 전망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주택의 자산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은 막아야 하는 실정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지나치게 올라 지금은 내리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집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자산가치 하락은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정부가 이를 경계하며 하반기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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