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주담대, 법률 근거 '있다 vs 없다' 팽팽
'개인 재산권 vs 금융 재무건전성' 대립도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에 대한 위헌소송이 연내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15억 초과 주담대 금지'가 국민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15억 초과 주담대 금지' 조치가 법률에 근거했는지 그리고 해당 조치로 얻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중 어느 쪽이 더 큰지를 놓고 양측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 "15억 주담대 금지, 법률 근거 없다…주택 처분권·대출 재량권 침해 과도"
1일 부동산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는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위헌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공개변론에서 피청구인인 금융위원회 측에 소명자료를 여럿 요구했는데 그 자료가 취합되면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선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헌법재판소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9년 12월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16 대책) 중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가 위헌인지를 놓고 공개변론(2019헌마1399)이 열렸다.
해당 정책 소관기관인 금융위원회는 발표 당일인 2019년 12월 16일 은행연합회 등 관련 규정 적용대상 금융회사를 상대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기준 금융행정지도 시행'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12·16대책 질의응답 중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관련 일부 내용 캡처 [자료=정부] 2022.06.27 sungsoo@newspim.com |
금융위는 이 공문에서 KB시세와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 시세 중 하나라도 15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불가능하며 이는 2019년 12월 17일 이후 신규대출 신청분부터 적용됨을 공지했다.
헌법소원을 한 정희찬 변호사 측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1채를 보유하며 이를 담보로 새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는 '15억 초과 주담대 금지' 조치로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 제23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그런데 15억원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는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아 헌법을 위반했다는 게 정 변호사 의견이다.
정 변호사는 "국민이 재산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금전을 대출하는 것은 재산권 행사의 대표적 모습"이라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23조가 정한 '재산권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 성중탁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 정책이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주택'이라는 개인 사유재산의 취득과 처분에서 주요 수단인 은행담보대출을 전면 차단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사유재산에 영향을 준다면 헌법 제23조에서 규정한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그 제한의 근거는 정당한 입법절차를 통한 법률 규정이어야 하는데, 정부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행정지도'를 통해 대출을 제한한 것은 그 자체로 위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 변호사는 정부가 얼마든지 단계별 규제가 가능했음에도 '15억원'이라는 자의적 기준으로 대출 자체를 전면 금지했으므로 '피해 최소성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단계별 규제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다른 대출규제 강화를 뜻한다.
'피해 최소성 원칙'은 입법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익의 균형성 원칙'은 어떤 행위를 규제해서 초래되는 사적 불이익과 그 행위를 방치해서 초래되는 공적 불이익을 비교해서, 규제로 초래되는 공익이 더 크거나 최소한 양자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성 교수도 정부가 '15억원 초과 대출금지' 정책보다 시장의 자율기능을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다른 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LTV·DTI 강화로 개인 신용·조건에 따른 대출을 제한하는 방법이 있었고, 일정 기준의 매매시가 초과시 '대출 전면 금지'가 아닌 '대출 총액에 차등'을 둬서 단계적으로 대출을 통제하는 방안도 있어서다.
성 교수는 "정부는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임의적으로 '투기과열지구 매매가 15억원 이상 아파트'라는 기준을 아무 합리적 근거도 없이 설정했다"며 "그 이상 주택의 담보대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국민의 주택 처분권(재산권, 계약의 자유)과 시중 민간은행의 대출 재량권(영업의 자유, 계약의 자유)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사진은 서울 시중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2022.03.25 pangbin@newspim.com |
◆ "15억 주담대 금지, 법률 근거 있다…금융기관 재무건전성 등 공익 더 커"
반면 피청구인(금융위원회)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은 15억 주담대 조치가 법률에 근거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15억 주담대 금지조치를 할 당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됐고, 이를 방치할 경우 개인들 금융위험과 금융기관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로 은행법 제34조, 은행법 시행령 제20조, 은행업 감독규정 제29조의2가 있었다는 것.
우선 은행법 제34조 제1항에는 "은행은 은행업을 경영할 때 자기자본을 충실하게 하고 적정한 유동성을 유지하는 등 경영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은행법 시행령 제20조 제2항에는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경영지도기준을 준수하지 못할 우려가 있거나 경영상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은행에 대해 이의 개선을 위한 계획 또는 약정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거나 해당 은행과 경영개선을 위한 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은행업 감독규정 제29조의2에는 "은행은 주택관련 담보대출 취급시 경영의 건전성이 유지되도록 담보인정비율, 총부채상환비율, 기타 주택담보대출 등의 취급 및 만기연장에 대한 제한 등을 준수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또한 은행 외 보험회사, 신용협동조합 및 중앙회, 상호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해서도 보험업법, 신용협동조합법,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는 게 태평양 측 의견이다.
또한 해당 조치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소재(장소 한정)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대상 한정)를 담보로 한 ▲주택구입목적의 신규 주택담보대출(목적 한정)만 금지하기 위한 방안이므로,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태평양은 지난 2019년 당시 가계대출 제한 및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 보호에 대한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잠재적 주택 수요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서 아파트를 구입할 경제적 기회를 상실하는 피해는 상대적으로 경미했다고 주장했다.
피청구인 측 참고인인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2019년 당시 주요 지역 15억원 초과 주택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추격매수가 가세해 초고가주택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확산될 가능성이 우려됐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이 유동성 규제를 강화하게 됐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및 피청구인, 그리고 양측 참고인 의견을 청취한 후 15억 주담대 금지의 위헌 여부를 심리해 향후 선고할 예정이다. 선고기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 연말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성 교수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등 경제여건 변화로 정부의 부동산 금융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헌법재판소도 가능한 빨리 결론을 내리고자 할 것"이라며 "특히 지난 16일 공개변론에서 피청구인 측에 상당히 많은 소명자료를 요구했는데, 그 자료가 취합이 되면 오는 9~10월이나 늦어도 12월 연말까지 선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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