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개 기업 납품한 부품 27만개 총조립...'무한책임'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 도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누리호가 발사대를 이륙하고 각 단이 분리되는 장면을 보면서 심장이 매우 떨렸습니다. 위성체가 정상적으로 분리되고 발사가 성공했다는 방송이 나왔을때 이제는 해냈다라는 자긍심이 들었죠."
이원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발사체체계팀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지난 21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발표 직후 KAI가 자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이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차 발사의 실패 이후 KAI 연구원들을 무겁게 짓눌렀던 마음의 부담을 표현하는 듯한 말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AI는 이번 누리호 개발사업에서 참여한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27만개 부품을 총조립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고도 700km 도달 성공에 이르기까지 국내 300여개 기업이 자체 기술력으로 힘을 모았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10.22 biggerthanseoul@newspim.com |
누리호는 길이 47.2m, 최대 직경 3.5m, 총 무게 200톤인 3단형 우주발사체로 2013년 1월30일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와 비교해 난이도도 크게 높아졌다. 나로호는 길이 33.5m, 무게 33.5톤의 2단형이였다. 더욱이 누리호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했기 때문에 조립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300여개 기업이 생산한 부품은 KAI의 손을 거쳐야만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탑재될 수 있다. 반대로 보면, 모든 과정에서의 실패가 다 일차적으론 KAI에게 책임이 돌아갔다.
지난해 1차 발사에 실패한 이후 KAI도 고심을 거듭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당시 위성 모사체를 목표 고도인 700km까지 도달시켰지만,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위성 모사체를 목표했던 궤도에 올려놓지 못해 임무에 실패했다.
이 연구원은 "누리호 1호 발사는 우리가 볼때는 '발사 성공'이라고 봤다. 4개 엔진이 정상적으로 동작했고 각단이 정상적으로 분리했고 위성 분리 등 하고자 했던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위성 더미가 제 위치로 가지 못했기에 절반의 성공이라 했다. 그말을 들었을때 굉장히 속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실패를 통해서 무엇이 부족하게 했는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누리호 2차 발사때는 그걸 잘 보정해서 발사했고 성공했다"고 말했다.
당시 원인은 3단 산화제 탱크의 설계 실수였다. 3단 추진제탱크 중 산화제탱크 내부에 장착되는 극저온 헬륨 탱크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발사 초기 가속도 증가에 의한 부력 증가로 인한 파손으로 산화제공급이 차단돼 3단 엔진이 조기에 연소가 종료된 것이다.
누리호 체계총조립과 1단 추진제탱크(산화제탱크, 연료탱크) 제작 등을 맡은 KAI 관계자는 "누리호 1차 발사 실패 원인을 개선하기 위해 조립이 완료된 3단 일부분을 해체했다"면서 "이후 3단 추진제탱크 제작업체에 의한 3단 산화제탱크 구조 보강작업이 진행됐고, 모든 작업 및 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후 3단의 해체된 부분을 재조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모든 작업이 완벽하게 이뤄지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우주항공산업 현장간담회에서 우주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2022.05.01 photo@newspim.com |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누리호 2차 발사는 성공했다. 한국은 1톤급 실용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세계 7번째 우주강국으로 도약했다.
KAI는 이번 성공을 기반으로 발사체 종합기술을 강화하는 등 종합 우주전문업체로 도약하겠단 전략이다. 경남 사천시에 '민간 우주센터'를 세워 관련 기술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뉴 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제조-운영-서비스로 이어지는 우주산업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종합적으로는 ▲1단계로 누리호 체계 총조립 ▲2단계로는 2030년까지 시스템 총괄·제작·개발 ▲3단계로는 2030년부터 하드웨어 플랫폼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 밸류 체인을 완성해 나가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당장 올해 정부가 발주할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주관기업으로 참여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또 내년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에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해 우주발사체 제작 및 발사서비스 역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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