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략국제연, 위성사진 분석해 공개
3번 갱도 준비 완료 이은 추가 움직임
"대북 압박에 맞대응 제스처" 해석도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함북 길주의 풍계리 핵 실험장 4번 갱도를 복구 및 정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5일(현지시간) 밝혔다. 3번 갱도의 핵 실험 준비 완료에 이은 추가 움직임으로, 연쇄적인 핵 실험 도발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 측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전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4번 갱도 입구 지역에서 공사 자재가 쌓여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또 벽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도 위성에 포착됐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의 2번 갱도 입구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실험장 공개 폐쇄 입장에 따라 2018년 5월 25일 현장을 방문했던 취재진에 의해 촬영됐다. |
북한은 2018년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대미관계의 개선 의향을 피력하면서 풍계리 핵 실험장의 폐기를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같은 해 5월 핵 실험장의 갱도를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다.
하지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다시 경색되면서 북한은 핵 실험 카드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올 초 풍계리 핵 실험장의 3번 갱도 복원을 시작했고, 이번에 4번 갱도의 재가동 움직임도 드러난 것이다.
CSIS는 북한의 4번 갱도 복원을 추가 핵 실험을 위한 활성화 시도로 분석했다. 풍계리 핵 실험장에는 모두 4개의 갱도가 굴착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동쪽에 위치한 1번 갱도는 제1차 핵 실험(2006년 10월), 북쪽에 자리한 2번 갱도는 2~6차 핵 실험(2009년 5월~2017년 9월) 때 사용됐다.
북한이 남쪽 3번 갱도에 이어 이번에 서쪽의 4번 갱도까지 손보기 시작하면서 핵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핵 실험 준비를 끝났고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만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북한의 움직임이 미국의 대북압박과 한·미 공조 강화 조짐에 맞대응 하려는 신경전 차원의 제스처나 기만전술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풍계리 보수작업 등의 동향을 내보이면서 미국의 동향을 더 지켜볼 공산도 크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영변 핵 단지의 굴뚝에 연기를 피워올리거나 풍계리에 군인과 연구인력, 차량 등을 배치해 한·미 대북감시망에 혼란을 주려 시도한 사례가 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