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4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직 시장 신분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시청에 들어오며 다시 한번 약속한 건 '약자와 동행특별시'였다. 출마 선언 당시에서도 "약자, 취약계층을 위해서 그리고 보듬어야 할 대상을 위해 서울시장에 나선다"고 말했던 그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의가 있지만 구체적인 생각은 사람마다 다른 게 사실이다. 이들을 위해서 법으로 명문화된 복지 정책도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부족해 양보나 배려쯤에서 애매하게 표류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그 중심에 '임산부'가 있다.
며칠 전 지인이 갑작스럽게 임신했다. 기쁨도 잠시. 출퇴근만 2시간인 워킹맘으로서 부딪힌 현실은 가혹했다. 임산부 배려 엠블럼 가방고리인 '임산부 배지'를 눈에 띄게 달았지만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저 임산부에요"라고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신 초기 임산부는 결국 녹초가 돼 버렸고, 집에 들어가기 전 내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배려석이라잖아. 강제할 수 없지"였다.
서울시도 이 같은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서울시교통공사는 임산부 배려석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지난 2020년 실시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해당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이유로 '사회적 배려 문화 부족(62.9%)'이 꼽혔다. 정책 장애요인으로는 ▲임산부 배려석 이용 미준수 시 법적 강제 제재수단 없음 ▲노년층과 남성 승객 중심으로 임산부 배려석 운영이 '역차별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으로 압축됐다.
시는 변화를 고려하기도 했다. 부산지하철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핑크라이트(임산부 배려석 자리양보 알리미)' 도입을 검토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1~8호선 열차 내 설치 비용은 51억이며 유지보수비(배터리 교체, 점검) 등으로 매년 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혼잡도가 높아 실효성이 낮을 거라며 시행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임산부 배려석 관련 정책 변화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비임산부를 대상으로 배려 문화 인식개선을 진행하고, 홍보 및 캠페인을 통한 자발적인 정착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오 시장이 시 의회 반대 끝에 관철시켰던 '임산부 교통비 지원 정책'은 논란이 있었지만, 정작 담당 부서엔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도입 시기가 언제며 당장 혜택을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선 이동 편의를 위한 '맘택시' 사업 시행 요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예산 추가 편성 움직임도 있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입장 차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은 있다. 그들을 위해 설치한 배려석이 오랫동안 홍보의 문제, 인식 개선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면 한 번쯤은 재고(再考)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 시장이 '약자와 동행특별시'를 약속한 만큼 임산부 배지·배려석 그 이상의 동행 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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