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달리 가상자산 시세조작 처벌 특별법 없어"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가상자산을 발행해 거래소에 상장시킨 뒤 시세를 조작해 투자자 수백명에게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히고 수십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일당이 사기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피해자 424명에게 429억원 상당의 손실을 발생시키고 22억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일당 3명을 지난 18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중 주범 혐의를 받는 발행자 1명은 구속된 상태로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경우 인위적인 시세조종 행위가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선 시세조작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이 없어 사기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자산 시세를 조종한 수법은 전형적인 자전거래·통정거래다. 이들이 미리 짜거나 여러 개의 계정을 써서 정상적인 투자자들의 거래인 것처럼 매도·매수를 반복하며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5월 사이에 가상자산 3종을 발행·상장하는 한편, 자신들이 개설한 SNS '리딩방'에서 자신들이 발행자임을 숨긴 채 투자분석가 행세를 하며 "내 매수·매도 공지에 따라 가상자산에 투자하면 매일 3%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해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이들은 실제로 매일 특정 시간에 자신들이 정한 금액에 따라 '리딩방'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을 매도하고 곧바로 약 3% 상승한 금액으로 다시 매수해 매일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줬다. 경찰은 이를 "투자자들로 하여금 최고점 시세에 매수하더라도 적어도 3%의 추가적인 시세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들은 매일 수만 회씩 자전·통정거래를 하며 자산의 시세를 10% 이상 상승시켰다. 이들의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81~99%에 달했다.
이후 자산의 시세가 상장가 대비 4~60배로 최고점을 찍은 시점에서 마지막 공지를 끝으로 보유 자산을 일괄 매도했다.
이들은 그 후에도 자전거래를 계속해 시세를 84~98% 급락시켰다. 경찰은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시세가 떨어져 매수가 없는 것'으로 인식해 사기 피해를 자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가상자산 중 한 종의 범행 흐름도 [자료=강남경찰서] 2022.05.27 photo@newspim.com |
경찰은 "문자메시지나 SNS 오픈채팅 등을 통해 속칭 '투자리딩방'이라며 접근해 사람들을 현혹하고 사기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며 "공인된 투자자문업체가 아닌 경우 무조건 의심해야 하고, 특히 '투자금을 몇 배로 불려준다. 손실 시 원금을 보장해준다'라는 등의 문구로 현혹한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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