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책 중시하는 尹정부...기업들 美투자 가능성 커져
"韓기업, 제 목소리 내려면 확실한 기술력 필요"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후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까지 가입하며 한미 관계가 한층 더 돈독해 졌다. 재계는 앞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본토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이를 견제해 '사드 사태' 때와 같이 한국 기업을 직접 제재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PEF에 13개 국가가 가입해 한국 기업에 대한 직접 제재의 명분이 떨어지는 만큼 '제2의 사드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끈끈해진 한미관계....재계 "한국기업 美투자 늘 것"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이후, 정부와 기업들의 미국 친화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2일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 후 미국에 50달러(6조3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3일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협력체 IPEF가 공식 출범했고, 우리나라도 여기에 가입했다.
IPEF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출범시킨 경제협력체다. 여기엔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를 비롯해 브루나이, 인도네이시아, 말레이시아 등 총 13개국가가 참여했다.
재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친미적 정책 노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직접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아태협력 팀장은 "이번 정부는 한미정책을 중시하는 만큼 기업들 역시 영향을 받아 미국 쪽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중국은 시진핑 정부 들어 정부 주도로 기업을 이끌고 통제하는 한편 도시 봉쇄 같은 무리수를 두고 있는데, 이는 외국 기업의 투자 환경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미 삼성, SK, 현대차, LG 등 우리나라 4대그룹은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이란 소용돌이 속에 지난해 미국에 약 4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바 있다. 미국은 중국과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공장을 미국 본토 내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IPEF 가입에 中제재 우려? "韓기업만 콕집어 제재 어려워"
[서울=뉴스핌] 박준형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면담을 마친 후 국내외 언론 스피치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2022.05.23 jun897@newspim.com |
이 같은 상황에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 리스크다. 한국이 IPEF에 가입한 후 지난 2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IPEF에 대해 "(미국의)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의 본질은 분열을 조장하는 전략이고, 대립을 선동하는 전략이며, 평화를 파괴하는 전략"이라며 "어떻게 포장을 하든 결국에는 실패할 전략"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고, 중국에 공장들이 포진한 한국 기업 입장에선 중국의 반응에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국방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자, 이듬해 중국은 한국 여행 제한 조치를 내려 한국의 면세점 등 관련 기업은 직격탄을 받았다. 또 국내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 발급을 중단해 국내 게임사들은 아직까지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드 사태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IPEF는 13개국이 함께 참여한 경제협력체인 만큼 한국 기업을 따로 떼어내 제재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박선민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연구위원은 "IPEF는 사드 때처럼 중국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아 우리나라 기업만 콕 집어 제재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참여국들이 외교 정책 보단 중간에서 균형을 가지는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중국이 가입국에 실질적으로 제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대한민국 혼자만 있으면 대항하지 못하는데 동맹국까지 불합리한 제재에 합심하면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중국도 성숙한 국가로 여러 나라들이 합종연횡 하는 것에 가시적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임을 알 것"이라고 봤다.
한편 이재수 전경련 팀장은 "배터리, 반도체 같은 기술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력을 키워, 세계 시장에서 힘도 많이 커졌다"면서 "이 같이 확실한 기술력을 가지고, 우리만의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으면 중국도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하고, 우리만의 목소리도 낼 수 있을 것"고 강조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