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 항소심 첫 공판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교보생명의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행사가를 부풀려 평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진 회계사와 어피너티 측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상련 부장판사)는 11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교보생명 FI 측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너티) 임직원 2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안진 회계사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투자자들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이에 민사적 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며 "투자자들과의 계약을 위반해 풋옵션 이행을 요구받게 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이 사건 가치평가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을 해서 이 사건 고발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가치평가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보고서 초안이나 이메일 등의 객관적 자료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이 사건 가치평가에 있어 여러 가지 제반 요소들이 안진 회계사들에 의해 하나하나 결정되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며 "검찰은 이러한 객관적 사실을 무시한 채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2021.12.28 tack@newspim.com |
또한 "신창재 회장 등은 이 사건 진행과정에서 피해자를 자처하면서 피고인들의 유죄를 주장하는 다수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이례적이고 과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과연 이 사건의 본질이 피고인들에게 잘못이 있어서 형사책임의 유무를 가리는 것인지 아니면 민사적 분쟁에서 어떤 유리한 실마리라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평범한 공인회계사들로 자신이 담당했던 가치평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한 것이 전부이다"며 "이 사건 배후에 아무리 큰 경제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어떤 분쟁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것 때문에 피고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원심에서 가치평가 업무의 실체에 대해 회계사들의 의견교환이라는 변호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지만 의견교환이 가치 산정과 가치평가에 있어서 무차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지 정확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가치평가 서비스 수행기준에 대한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항소이유의 요지로 밝혔다.
또한 검찰은 "최근 유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난 사건이 있다"며 교보생명 기업가치를 부풀린 평가 보고서를 허위 제출한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사건의 판결문을 제출했다.
해당 사건은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교보생명의 투자자인 어펄마캐피털로부터 교보생명 가치평가를 요청받자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가치평가 보고서의 제목만 바꿔서 허위로 제출한 사건으로 검찰은 "공교롭게도 풋옵션 행사시점과 행사가격 제시 시점이 거의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6월 22일로 검찰이 제출한 증거·증인신청 목록에 대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교보생명의 기업가치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어피너티 측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풋옵션 행사 가격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한 어피너티는 2015년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풋옵션(보유한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겠다는 조건으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업황 악화 등으로 IPO를 하지 못하자 어피너티는 지난 2018년 풋옵션 행사에 나섰다. 당시 어피너티는 안진회계법인에 주식 가치평가를 의뢰하여 풋옵션 행사 가격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교보생명 측은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이 고의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회계사들이 어피너티가 부당한 금전상 이득을 얻도록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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