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사장단 회의…최악의 시나리오 고려한 대응책 마련
투자·출시 연기에 임금·인센티브 삭감…위기 극복 총력전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코로나19 우려가 가시는 것도 잠시, 글로벌 경영환경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공급망 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와 금리 그리고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오히려 경영환경은 설상가상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감안, 임금 삭감을 필두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투자를 중단하는 등 각종 사업 전략을 다시 점검하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 한화·현대重, 긴급 사장단 회의…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
6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케미칼·첨단소재·큐셀 그리고 한화에너지·임팩트·토탈에너지스 등 한화그룹의 유화·에너지 부문 계열사들이 지난 5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글로벌 경제·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상황을 긴급히 재점검하고 기존 경영전략을 재검토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기 위함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상하이 봉쇄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매출 감소와 같은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 하더라도,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및 물류 대란, 금리 상승 등 위기 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이현 한화솔루션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가를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차질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도 차질 없는 성과를 내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등 포트폴리오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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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사진=한화] |
유화·에너지 부문 외 기계·항공·방산 부문과 금융 부문, 건설·서비스 부문 등 한화그룹 내 다른 사업부문 계열사들은 이미 지난달 말 사장단 회의를 열고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검토, 대책을 세운 상태다.
한화 측은 "최근 진행된 사장단 회의는 평소 정례회의와 달리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위기 상황에 따른 대응 프로세스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달 20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경영계획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계열사별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위기 대응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 조선 사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중국의 상하이 봉쇄 조치에 따른 건설기계 사업 대응 전략 등을 다시 살피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가 변동으로 인한 영향과 석유화학 부문 실적 개선 방안 등도 검토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면서 "각 사별로 촤악의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 투자·출시 연기에 임금·인센티브 삭감도…위기 극복 총력
현대자동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올해 예정된 투자와 신차 출시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원자재의 전략적 관리를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한 현대차는 이를 통해 매일 점검회의를 열고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달 25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러 경제 제재 등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 해 3월부터 러시아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며 "올해 계획된 투자와 신차 출시 계획 연기를 검토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장 운영 비용과 원가 절감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인센티브 축소 및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판매 비용 절감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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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러시아 생산법인(HMMR). [사진=현대자동차]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달부터 전 계열사 임원 약 100명의 임금을 20% 자진 삭감했다. 공급망 불안으로 타이어 원재료인 고무 가격이 7개월 만에 50% 가까이 올라 수익성 저하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삼성과 LG, SK 등 주요 그룹사들 역시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공급망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공급망 위험에 대응하는 조직을 새로 신설했다.
LG전자는 철강과 화학제품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등에 대응해 수시로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LG화학은 시장 수요에 따라 공장 가동률을 최대 100%를 기준으로 10~20% 정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원료 공급 다변화로 원가 변동성에 대응하는 한편, 배터리 소재 등 첨단소재 부문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제품 판가에 연동시키는 구조 마련을 위해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통화 긴축 등 기업들이 당면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잘 헤쳐나가 적극적인 투자·고용에 나설 수 있도록, 선제적 세제 지원 및 규제 개혁으로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