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책 비판하다 20일 만에 선회
"장관 후보자되자 갑자기 친기업"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으로 20년 넘게 노동자 정책에 앞장서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 당선인의 인선 이후 정책 소신을 뒤집었다.
4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의 말바꾸기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맹공이 주를 이뤘다.
이 후보자가 오랫동안 노동계를 대변했지만, 장관 후보자로 임명되자 친기업적이라고 평가 받는 윤석열 당선인의 노동개혁에 공감하는 등 돌연 노동계에서 재계 쪽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노동시간 유연화와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 기업 경영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을 시사해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2.05.04 kilroy023@newspim.com |
◆ "소신 중요하지만…국무위원이 해야 할 일 있어"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자리에서 자신의 진정성을 밝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노동정책 방향에 대한 본래의 소신을 윤 정부 기조에 맞춰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나와서다.
앞서 이 후보자는 지난 3월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노동계를 대표하는 패널로서 윤 당선인의 노동 정책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이후 4월 14일 이 후보자는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고, 토론회에서 윤 당선인의 노동 정책을 비판한 지 20일 만에 입장을 선회했다고 여당은 분석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는 노동 현장에서 24년간 협상과 조정 과정을 바탕으로 과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점과 정책 전문성이 큰 자산이라 생각한다"며 "과거 이런 경험과 노동 정책에 대한 신념, 진정성 등을 전제해 (장관 후보자로) 임명하고 청문회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후보자는 3월 토론회에서 직무와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시장 전반의 임금 격차 완화에 있어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며 현재 이 후보자의 소신과 전면 대치한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소신을 지키려고 노력하는것은 중요한 덕목"이라면서도 "국무위원이 된다면 그 위치에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 맞출 것을 시사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5.04 kilroy023@newspim.com |
◆ 이 후보자 쐐기…"정책은 상황 변화 고려해 추진돼야"
국민의힘 측에서도 달라진 이 후보자의 태도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향후 이 후보자가 장관 자리에 오를 경우 어느 쪽에 설 것인 지 확인하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후보자가 윤 당선인 기조에 엇나가지 않겠다는 답을 내놓으면서 국민의힘의 우려는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히 뛰었는데 이러한 과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 "문 정부 초기에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노동시장에 적잖은 충격이 있었다"며 동의했다.
또 김 의원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무작정 외치던 노조 대표가 아닌 이제는 노동 정책에 가장 앞장선 국무위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우려하자, 이 후보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재차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됐고, 그 결과 양질의 일자리는 대폭 감소하고 초단기 근로자는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나설 것을 예고해왔다.
이는 노동계 쪽에서 극구 반대해온 사안 중 하나다. 이 후보자는 20일 전까지만 해도 노동계와 같은 결이었다.
이외에도 이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인 주 52시간제 허용과 관련한 질의에 "정책들은 변화하는 상황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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