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순이익 2824억원...전년비 33%증가
신용공여확대, 하이난항공 채권회수 자금 유입
부동산 수익 대비 비부동산 수익 증가추세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메리츠증권이 나홀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했다. 금리 상승 등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한 대형증권사들과는 상반된 모습이어서 호실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282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4%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보다 32.4% 늘어난 3769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를 놓고 증권업계에선 적잖이 놀라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주식거래 수수료 브로커리지 사업 등의 리테일 비중이 작고 그동안 기업금융이나 WM(자산관리)부분에서도 그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시부진으로 전년대비 급감이 예상되는데다, 앞서 발표한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약 5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메리츠증권 CI [사진=뉴스핌DB] |
증권가에선 메리츠증권이 올 1분기 메자닌 등 기업금융, 해외에너지 투자, 하이난 관련 대출 회수로 2000억원 가까운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 1분기 기업금융 수수료 124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224억원)보다 증가했다. 특히 신용공여확대와 중국 하이난 항공 채권 회수에 따른 지연이자가 유입되면서 이자이익이 지난해 대비 약 1000억원 이상 큰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하락과 채권금리 급등에도 해외자산 헷지거래와 메자닌, 워런트 관련 이익이 발생하면서 파생상품, 기타손익 등이 흑자전환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밖에 호주 부동산 담보 물건 매각에 따른 지연손해금 회수, 비상장 주식 관련 평가 수익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 증권에 따르면 일회성 비용이 약 1800억원 정도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부실채권 회수 및 해외에너지 관련 헷지거래 수익, 비상장 주식과 관련된 평가이익 등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실채권에 대한 담보 부동산 매각으로 지연손해금 약 400억원이 일시적으로 유입됐고, 메리츠캐피탈 이자이익도 연결 이자손익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에너지 관련 헤지거래 수익도 약 500억원 반영됐고, 비상장주식 관련 평가이익도 900억원 유입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부동산 금융 강자로 꼽혔던 메리츠증권이 전격 사업다각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메리츠증권 전사 수익 내 부동산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40%에서 지난해 30% 수준으로 하락했다.
메리츠증권은 올 2분기부턴 일부 업황부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 연구원은 "올 2분기에는 지난 4분기에 편입된 대형 채무보증 약 5000억원 상환이 예정돼 있어 2분기부턴 자본대비 채무보증 잔액 비중이 80%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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