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
서울서 도봉‧노원구 상승률 최고치 경신
현재 시세 90%서 80%로 하향 조정 나서
다주택자‧고가주택 소유자 세액 부담 여전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당장은 괜찮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현(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등 각종 세금을 인상했는데 과거로 회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거주자 최은미(57))
"은퇴 후 삶을 위해서 마련한 집 때문에 오히려 매년 수백만원에 달하는 세금으로 인해 등골이 휘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세금을 낮춰 줘서 다행이에요. 제 나이가 78세인데 하루 생활하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수백만원은 너무 힘들었어요."(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거주자 한정철(78))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하게 상향된 부동산 공시가격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국토교통부도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조성 이전에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4.29 ymh7536@newspim.com |
◆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 17.20%↑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열람 안 대비 0.02% 포인트(p) 하락한 17.20%로 결정 했다. 확정된 공시가격은 소유자·지자체 등의 의견 수렴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쳤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19.05%)에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상승률은 14.22%로 변화가 없었으며, 인천과 경기는 각각 0.01%(29.33%→29.32%), 0.03%(23.20%→23.17%) 하락했다. 부산도 18.31%에서 18.19%로 하향 조정됐다.
대전(16.35%→16.33%)과 충남(15.34%→15.30%), 제주(14.57%→14.56%), 경남(13.14%→13.13%), 경북(12.22%)→12.21%) 울산(10.87%→10.86%) 등도 내려갔다. 나머지 시·도는 변화가 없었다.
서울에서는 아파트값 상승률 1·2위인 도봉구(20.66%)와 노원구(20.17%)의 공시가격에 변동이 없었고, 용산구(18.98%→18.96%), 동작구(16.38%→16.37%) 등에서 미세조정이 이뤄졌다. 소폭 상승한 서초구(13.32%→13.33%)와 구로구(14.27%→14.34%)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도 변화가 없거나 하향 조정됐다.
한편 열람 기간 전국에선 총 9337건의 의견이 제출됐다. 이는 지난해(4만9601건)의 20%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공시가격이 폭등한 작년에는 이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빗발친 바 있다.
올해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하향 요구는 8668건(92.8%), 올려 달라는 상향요구는 669건(7.2%)으로 집계됐다. 하향 요구에 대한 의견 반영률은 13.4%(1163건), 상향요구의 반영률은 13.4%(1248건)로 각각 집계됐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공시가격 관련 제도개선 당정 협의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국민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상한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게시된 세무 상담 관련 홍보문. 2021.12.20 hwang@newspim.com |
◆ 공시가격 현시화율 소폭 완화…"세금 부담 조절 필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시세)은 71.5%로 전년보다 1.3% 포인트 올랐다. 2020년 11월 제정된 부동산공시법에 따르면 현실화율은 매년 3%씩 올라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에서 상향됐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토부는 2020년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수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다음 달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공청회와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쳐 늦어도 연말까지 수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부터는 새 로드맵을 적용하기 위해서다.
새 로드맵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일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공시가격 산정 근거와 평가 절차를 공개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90%에서 80%로 낮추고 목표 도달 시점을 2030년보다 늦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법률에 근거하고 있고 가격 균형성 제고와 적정 가격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로 국민 부담이 과도하게 오른 부분이 있다면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와 각 지방자치단체 민원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시가격에 이의가 있는 소유자는 5월 30일까지 이의 신청서를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등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국토부는 이의 신청 건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해 변경이 필요한 공시가격은 6월 24일 조정·공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기간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을 재수립하겠다고 공약해 인수위에서 이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시세의 90%인 현실화율 목표 제고율을 80% 선으로 낮추고, 2030년인 공시가격 현실화율 도달 목표연도를 2030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세금 인상 늦춰졌지만..."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 '속앓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70%로 잡으면 종합부동산세 대상 1가구 1주택 가격은 시가로 15억8500만∼16억원가량이 된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시가로 환산한 12억9000만원보다 약 3억원 안팎으로 기준선이 올라가는 셈이다.
인수위는 1주택 부부공동 명의자에 대해선 추가 적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종부세 기본공제액인 6억원선을 손볼 지가 관건이다. 현재 1주택 부부공동 명의자는 각각 6억원씩 총 12억원의 공제를 받는다.
1주택 단독명의 공제액인 9억원보다 3억원이 많다. 올해 기준 2%에 해당하는 11억1000만∼11억2000만원을 1주택 종부세 기준선으로 적용할 경우 부부공동 명의자는 여전히 혜택을 보게 된다. 다만 공시가격의 우상향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 상위 2% 기준선도 언젠가 12억원을 넘어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기본공제를 손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선을 9억원에서 12억원을 올리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기본공제액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P공인중개 대표는 "종부세 인상을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집을 매도한 사람만 바보로 만들었다"며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압구정 R세무사 대표는 "여당이 세금 인하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현행 세금제도를 뜯어 고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올해 인상된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종부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공시가격을 토대로 산정해보면 종합부동산세를 주택 가격 상위 2%에 대한 세금으로 바꿀 경우 1가구 1주택자의 과세 대상 주택 기준선이 시가 13억원 안팎에서 16억원선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준 전체 주택 중 상위 2%에 해당하는 가격대는 공시가격 기준 11억1000만∼11억2000만원 선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만 놓고 보면 2% 기준선은 11억6000만∼11억7000만원선으로 오른다.
전문가들은 이중적 과세 부담에 대한 조세 저항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 세율은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집주인들의 보유세 부담을 가중시키는데 공시가격까지 과도하게 올려놓아 상당한 조세 저항에 맞닥뜨렸다"며 "거래세는 인하, 보유세는 정상화한다는 큰 원칙을 갖고 세제를 개정해야 하는데 여당은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시장의 혼선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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