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공정위 현장조사 직전 증거인멸 혐의
"이미 과태료 부과…형사처벌 대상 아니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 당시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조수연 판사는 21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중공업 상무 A씨 등 3명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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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등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객관적 행위 자체는 다투지 않는다"면서도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성립하는데 당시 공정위 조사는 행정사건이 예상된 상태였을 뿐 대략적인 피의사실이나 누가 수사대상인지도 정해지지 않아 형사사건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도 없었다고 했다.
변호인은 "증거인멸이 성립하더라도 피고인들은 하도급법, 파견법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로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행위자"라며 "자기의 형사사건에 해당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A씨 등의 행위는 과태료 부과 대상일 뿐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과 달리 하도급법과 파견법 위반의 경우 자료 은닉·폐기 행위에 대해 과태료 규정만 있을 뿐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 중 한 명은 이 사건으로 이미 공정위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다시 증거인멸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금지되는 이중처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 등은 지난 2018년 7~8월 경 공정위의 하도급법 위반 관련 직권조사 및 고용노동부의 파견법 위반 관련 수사에 대비해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당시 회사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PC 102대와 하드디스크 273대를 교체해 법 위반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B씨와 C씨는 다른 직원들에게 순차 지시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증거인멸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2019년 12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작업을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늦게 발급하고 하도급 대금을 삭감하는 등 갑질 행위를 했다며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공정위는 2018년 10월 현장조사 직전 PC와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조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도 현대중공업 법인에 1억원, 소속 직원에게 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2020년 6월 현대중공업이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은닉·파기했는데도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며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수사를 거쳐 이듬해 12월 A씨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B씨와 C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각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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