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내달부터 업체별 시행안 받은 뒤 조율 예정
토요물량 처리 관건…"서비스 경쟁력 떨어지면 안 돼"
토·월 절반씩 근무, 신선식품 위주 배송할 듯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택배 주5일제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택배노조 파업에 이어 대선이 치러지며 일정이 지연된 만큼 정부는 다음달부터 시범사업을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범사업 시행 방법 등을 놓고 갈등이 반복될 우려도 있다. 배송 서비스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흐름에서 택배업계가 토요일 배송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역시 이러한 업계 상황을 고려하는 분위기지만 일부 지역의 강성 노조 등의 반발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택배노조·CJ대리점연합, 정부에 시행 요청…국토부 "5월부터 절차 진행"
22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와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는 지난주 국토교통부에 주5일제 시범사업 시행 요청 공문을 보냈다.
앞서 정부, 국회, 택배업계, 택배노조 등이 참여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주5일제 시범사업을 포함한 합의문을 도출했다. 당초 작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올 상반기 중 결론을 내기로 했지만 일정이 지연됐다. 합의문 작성 이후 분류작업 제외 이행을 놓고 갈등이 이어졌고 작년 말부터는 부속합의서, 택배비 인상 배분 등에 문제가 있다며 택배노조가 두 달 넘게 파업을 벌였다.
정부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대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정이 지연된 만큼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한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에 주5일제 시범사업 시행안을 요청한 뒤 조율을 거쳐 시행 일정과 방법 등을 정하게 된다.
관건은 토요일 택배물량을 어떻게 처리할지다. 노조는 토요일 휴무를 주장해 온 반면 택배업계는 토요일 배송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앞서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 당시에도 업계는 주5일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논의 철회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업계가 주5일제를 받기 어려운 이유는 유통업계의 배송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쿠팡, 마켓컬리부터 신세계까지 새벽배송에 사활을 걸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초단기 배송, 편의점 배송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신구를 막론하고 유통업체 간 경쟁이 극대화하는 상황에서 서비스 수준을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 쿠팡·마켓컬리 등 배송 빨라지는데, 토요일 물량 처리 관건…노조도 수용 분위기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CJ대한통운 택배 차량 pangbin@newspim.com |
다만 택배노조 역시 업계의 사정을 어느정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노조 역시 파업 이후 화주사 이탈 등을 실감하고 있어서다. 현장에서는 화주사를 대상으로 영업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을 계기로 고객들의 신뢰가 훼손되면서 다시 배송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실제 물량 감소로 인해 택배기사와 대리점도 일부 손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가 요구하는 토요일 배송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방법은 택배기사 절반이 토요일에 근무하고 근무자들이 그날 물량을 처리하는 것이다. 특히 생물 등 식재료를 비롯해 당일배송이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 대상이다. 대신 토요일에 근무한 택배기사는 월요일에 쉬게 된다. 문제는 토요일과 월요일에 근무하는 택배기사가 본인 구역 외 물품을 배송하면서 근무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이 정착되면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노조 측은 보고 있다. 다만 성남, 울산 등 지금도 주5일제를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강성지역에서 이러한 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주5일제를 적용한 뒤 평가를 거쳐 확대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국토부는 전문가 등이 포함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정책협의회'를 통해 시범사업 결과 등을 논의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등이 일요일에도 배송하는 등 하루 24시간, 365일 서비스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택배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정은 업계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네트워크가 생명인 분야에서 고객 신뢰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