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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오수 '검수완박' 면담 사실상 거절...'최후의 고민' 깊어지나

기사입력 : 2022년04월15일 15:11

최종수정 : 2022년04월15일 15:11

'국회논의 우선'...文에게는 마지막 정치적 부담
여-야 논의 과정, 시중 여론 등 주목할 듯
거부권 행사 여부 놓고 침묵 모드 장기화 예상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청와대는 15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에 반발하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김 총장 면담 요청에 대해 청와대 입장이 뭐냐'는 기자 질문에 "김 총장의 면담 요청은 있었지만 지금은 이 문제에 대해서 국회가 논의해야 할 '입법의 시간'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 그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국회 내부 논의나 절차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청와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김 총장의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2.04.11 photo@newspim.com

김 총장을 만날 경우 검수완박에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언급을 내놓아야 하고 설령 면담을 원만하게 마치더라도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외부 논란에 휘말려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중 형사사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검찰의 일반적인 수사권 근거 조항을 삭제하고 검찰의 6대 중요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도 삭제하는 한편, 경찰 공무원 등에 대한 범죄 수사권을 규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절대적인 의석수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달중 국회통과. 5월3일 마지막 국무회의 공포'란 시간표를 공언한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정을 윤 당선인이 놓은 '맞불'로 규정하고 더욱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태세이다.

이에 맞서 검찰과 국민의힘이 검수완박을 결사 반대하고 정의당도 동조하며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오른쪽), 김용민 의원이 15일 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2022.04.15 leehs@newspim.com

이같은 상황은 임기를 불과 20여일 남겨둔 문 대통령에게는 최후의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은 새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건, 주요기관 인사권 행사 등 신구권력간 갈등 요인을 비교적 원만하게 풀어왔다. 

그러나 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검찰개혁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제동을 거는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강성지지층이 이 법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어 거부권 행사 때에는 파장이 그 어떤 사안보다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에게는 집권 5년 동안 최대 과업이었던 '검찰개혁의 완결판'이지만 검찰수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미래 여당에게는 '절대 수용불가'한 '검수완박' 법안이 곧 낙향해야 할 문 대통령 앞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당분간 침묵을 지키며 여론 추이나 국회논의 과정을 살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3일 대통령직 인수위는 '헌법 파괴행위'라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법조계와 국민들까지 논란이 가열되면 윤석열 당선인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관심사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침묵과 관련,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초엔 검수완박 추진에 '속도조절론'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논란이 거세지던 지난해 3월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입법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수렴이 있어야 한다"며 조정자적 입장을 앞세운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해관계 집단이나 정치권을 대상으로 조정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중재자 역할은 이미 물건너 간 상황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검수완박 법안에 묵언의 동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위헌적이거나 법안이 통과됐을 때 국민들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 이를 막기 위한 취지로 행사돼야 하는데 '검수완박' 법안은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약하다는 여권의 주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국 민주당이 포기하지 않는 한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남은 20여일 동안 최후의 고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c847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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