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시의회, 예산 송곳심사 '계속'
교육·저출산 대책·교통 예산, '비판·삭감'
6.1지방선거 의식, 일회성 예산 반영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서울시와 시의회가 예산을 놓고 또다시 기싸움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결이 다른 시의회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지 1년째로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은 언제나 있었다. 시의회 의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지난해 4월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에 복귀한 오 시장과의 엇박자는 어찌 보면 예상됐던 수순이다.
문제는 시민들의 일상이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촉박하고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거나 수십 년 동안 운영하던 가게를 접는 일. 공교육 현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긴급 돌봄을 필요로 하는 맞벌이 가정이 증가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었다.
이 같은 고충을 해소할 수 있는 게 바로 정책인데 양측은 예산 편성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삭감 싸움'만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의회는 오 시장의 공약 사업을 '준비되지 않은 사업'이라고 지칭, '오세훈표' 딱지를 골라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코로나19로 심각해진 교육 사각지대를 챙기기 위한 '서울형 교육플랫폼(서울런)' 구축 예산(32억원)을 또 다시 삭감했다. 아울러 이동량이 줄어 존폐 갈림길에 서 있는 시내버스 지원 예산도 절반(500억원) 가까이 줄였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 대책인 '임산부 교통비' 공약 사업도 선거를 앞둔 '표풀리즘' 공약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겨우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처럼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 사업 예산, 시민들의 발을 담당하는 교통 예산은 삭감됐지만 정작 6.1지방선거를 의식한 지역구 예산은 늘렸다. 예를 들면 전통 사찰 시설을 확충·설비(45억원)하거나 라인댄스 대회(2억9000만원) 예산 등을 추경에 포함하는 식이다.
시의회는 앞서 "서울시는 현장의 요구가 시급하지 않은 사안들은 욕심내지 않는 절제가 필요하다"고 당부하며 "본예산을 대하는 것처럼 강도 높은 책임감으로 심사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추경에 끼워 넣은 사업들이 과연 주요 예산을 대폭 깎을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는 물음표가 찍힌다.
지난해 44조원의 본예산에 이어 올해 1조1239억원 규모의 추경이 오는 8월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해부터 "오세훈 예산이 아닌 서울시 예산을 심사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민생 중심 의정을 강조한 만큼 사각지대를 없애고 시급한 정책 위주의 예산 편성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