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단순한 대화시도 넘어...거주자가 누리는 주거의 평온 해쳐"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차를 빼달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단체로 주거지 안에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회 신도들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고연금 부장판사)는 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과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 B씨, C씨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과 같이 A씨에게 50만원, B씨와 C씨에게는 벌금 30만원의 벌금형을 부과했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2022.03.17 obliviate12@newspim.com |
A씨는 지난 2021년 3월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피해자에게 전화해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차를 이동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C의 차를 이동하면 되는데 왜 나에게 차를 빼달라고 하느냐"면서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A씨와 함께 거주하는 B씨가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 뒤 피해자에게 항의를 했다. 곧이어 A씨와 C씨도 합류하여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였다.
이들은 피해자가 문을 닫고 그냥 들어가려고 하자 현관문을 막아섰으며, 주거지 안으로 들어가는 등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A씨는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집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는 등 폭행을 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같은 교회를 다니는 신도이고 C씨는 해당 교회의 부목사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교회 신도였다가 탈퇴한 자로 피고인들과 이전부터 갈등을 겪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이웃 간에 차량의 출차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타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주거에 침입하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먼저 잡아끌었기 때문에 정당방위로 피해자를 잡아당긴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주거 침입한 피고인을 피해자가 현관문 안쪽으로 잡아끌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고 양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거주자가 누리는 주거의 평온을 해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한다"며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인지는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평소 피해자와 교회 관련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출차를 이유로 피해자를 찾아갔다"며 "현관문을 닫으려고 하는 피해자를 제지하고 문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는 행위가 발생했으며,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집 안쪽으로 들어갔으니 이로써 피해자가 누리는 주거의 평온을 해쳤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들에게 설령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단순한 대화 시도를 넘어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는 등 주거침입 과정에서 보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범행의 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가볍지 않은 점,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범행 동기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합리적인 한계를 넘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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