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차순위 기업 신고로 계약위반 드러나
"위법성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직접생산의무 위반을 이유로 중소기업의 입찰 참가자격을 1년 간 제한한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사가 조달청장을 상대로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A사는 지난 2019년 2월 서울지방조달청 입찰에 낙찰자로 선정돼 국가와 리튬배터리 시스템 제작 및 설치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는 '하청생산, 타사제품 납품 등 직접생산 조건을 위반해 계약을 이행할 경우 입찰 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A사는 2020년 5월 입찰에도 참가해 선행계약에 따른 납품실적을 이행실적으로 제출한 후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후행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당시 후행입찰의 차순위 기업이었던 B가 "원고가 설치한 리튬배터리 시스템은 사실 다른 회사에게 하청을 줘 제작·납품한 것이므로 직접생산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며 신고를 했다.
이에 서울지방조달청은 A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후 같은 해 12월 "선행계약을 이행하면서 직접생산의무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입찰 참가자격을 1년 간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A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법원에서 인정하는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원고(A사)는 전지 팩 제작·조립, 팩 실장·랙 조립, 회로팩·케이블 작업 등 조립공정 대부분을 직접 수행하지 않아 '직접생산'이라는 선행계약 조건을 위반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후행계약을 해지한 후 2021년 8월 서울지방조달청이 재입찰을 진행했는데 다시 원고가 낙찰자로 선정됐다"며 "이는 피고 스스로도 원고가 후행계약을 이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자격과 능력을 보유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으로 1년간 공공기관 등이 발주하는 모든 입찰에 참가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공공입찰에 의존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중대한 경제적 손실"이라며 "위반행위의 위법성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원고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그 균형을 잃었다고 보인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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