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 키스정보통신·제이티넷도 계약종료 선언
"정부 수수료 개입으로 결제 시장 먹이 사슬 형성"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BC카드가 밴(VAN)업계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나이스그룹과 정면 승부를 택하면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 사 협상 결과에 따라 그간 평행선을 유지하던 카드사-밴사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수수료 개입이 결제시장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최근 나이스정보통신에 이어 키스정보통신·제이티넷과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이날부터, 키스정보통신·제이티넷은 오는 11일부터 신규 가맹점 등록을 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 등 기존 가맹점 계약해지도 고려하고 있다.
[사진=나이스밴대리점협의회] 2022.04.01 204mkh@newspim.com |
세 회사는 모두 나이스 그룹에 속한 밴사다. 업계에서는 나이스정보통신 23%, 키스정보통신 13%, 제이티넷 4~5%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세 회사 점유율 합은 40%를 넘는다.
BC카드는 지난해부터 밴사들과 승인 수수료율 체계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BC카드는 밴사들에게 현행 '정액+정률제'인 수수료율 체계를 '완전 정률제'로 전환하기를 요구했고 이중 나이스그룹 밴사들과 갈등을 빚었다.
밴사는 카드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승인중계 업무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 산정방식은 결제 건당 수수료를 책정하는 정액제와 결제금액 중 일정 비율만큼 수수료를 책정하는 정률제로 나뉜다. 밴사 입장에서는 소액결제가 많을수록 정률제가 불리한데 나이스정보통신은 가맹점 상당수가 소액결제가 많은 편의점이라 산정방식 변경은 사실상 수수료 삭감과 같다.
BC카드가 거대 밴사에 초강수를 둔 것은 시장지배력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유한 가맹점에 따라 정률제를 선호하는 밴사들도 있어 대체 카드가 있다는 점도 BC카드에 유리한 상황이다.
밴 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BC카드는 다른 밴사를 선택할 수 있지만 나이스는 하나의 카드사도 놓치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가맹점 입장에서 일부 카드가 결제되지 않는 밴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협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BC카드가 우위를 점한다면 향후 밴사와의 협상에서 비슷한 전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절감에 치중하고 있는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고려해 볼만한 카드다.
BC카드 CI [사진=BC카드 홈페이지 갈무리] 2022.03.18 204mkh@newspim.com |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인위적인 수수료 개입이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정부가 신용카드 생태계의 조화를 깨뜨린 상황에서 제도적인 협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밴사는 카드사에게, 카드사는 초대형가맹점에게 계속해서 질 수 밖에 없는 먹이사슬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두 회사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1000여개에 달하는 밴대리점들은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 대다수가 소상공인인 밴대리점들은 밴사와 전속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 가맹을 거절하는 것만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이스밴대리점협의회 관계자는 "오는 5일 BC카드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신용카드 수수료가 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신규 가맹마저 거절한다면 더 이상 영업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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