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거리 기준 '실제 이동거리' 변경
"쿠팡과 다르다" 민주노총 요구 수용
쿠팡이츠도 교섭 중…기본료 인상 등 요구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배달의민족이 배달거리 산정 기준을 변경하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의 배달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기준 변경은 라이더유니온을 비롯해 배달기사로 구성된 단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어서 추가로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할 여지도 남아 있다. 관심은 쿠팡이츠와 배달기사들이 진행 중인 교섭에 쏠리고 있다.
◆ 배민, 배달거리 산정기준 '직선거리→실제 이동거리'로 변경…민주노총과 협상 수용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의 배달 서비스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은 배달거리 산정 기준을 '예상 이동경로에 기반한 이동거리'로 바꾼다고 최근 공지했다. 기존에 출발지와 도착지 간 '직선거리'로 정했던 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내달 5일부터 경기도 등 지방 광역자치단체에서 우선 적용한 이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거리 기준이 바뀌면 멀고 구불구불한 거리를 배달하는 경우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단거리를 배달하는 도보 배달기사 등은 수익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배달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당장 부담이 늘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비용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민이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비용이 증가하면 결국 식당에게 부담시키는 수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단건배달로 손해를 감수하고 출혈경쟁을 벌이던 배민과 쿠팡이츠는 최근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개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을 부과하던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프로모션 이전 대비 수수료를 낮췄다는 게 업계 주장이지만 소상공인들은 사실상 수수료 인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등 배달기사 단체들이 추가 요구를 할 경우 배민과 쿠팡이츠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번 거리 기준 역시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와 배민이 협상해 작년 말 내린 결론이지만 라이더유니온 측은 "기본배달료 인상, 픽업 거리 반영 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이번 개편안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쿠팡이츠도 교섭 중…기본료 인상 등 요구에 비용 추가 부담 우려
관심은 쿠팡이츠와 배달기사들이 진행 중인 교섭에 쏠린다. 작년 초 쿠팡이츠가 전격적으로 라이더유니온의 교섭을 받아들이면서 민주노총과 라이더유니온은 단체교섭을 위해 공동교섭단을 꾸려 쿠팡이츠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교섭단은 우선 쿠팡이츠가 지난 3월 기본배달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삭감한 것을 철회하고 4000원으로 인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배차를 거절하면 발생하는 페널티 제도를 개선하고, 고객과 점주의 갑질에서 배달노동자를 보호할 전담팀을 만들라는 것도 요구사항이다. 다만 쿠팡이츠는 이미 실제 이동거리를 기준으로 배달료를 책정하고 있어 배민과의 교섭에서 해당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라이더유니온을 비롯한 배달기사 단체들은 배민에 요구했던 기본료 인상, 거리 기준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공개 등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쿠팡이츠와의 교섭에서는 좀 더 강경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특히 민주노총만 참여한 배민 교섭과 비교해 쿠팡이츠 교섭은 배달기사 이슈르를 주도해 온 라이더유니온이 참여한 것도 배민보다 대치가 커질 수 있는 요인이다. 배달기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업계의 비용 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부담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와 진행 중인 교섭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따라 배달시장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배달비 상승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