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탄 '잿물' 바다에 유입되면 햇미역 모두 녹아...때 놓치면 한 해 소득 망쳐"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큰 산불로 산에서 잿물이 바다로 들어오기 전에 귀한 돌미역 빨리 베야 하니더. 잿물이 미역짬에 들어오면 미역이고 진저리고 싹 녹아버리니더."
'울진산불' 9일째인 12일 울진읍 온양리 '군발마을' 주민들이 마을 앞바다 '미역짬(자연산 미역 서식지인 해중 바위 군락)'에서 자연산 햇미역을 수확하느라 분주하다.
최근 울진지역의 해녀들이 고령화 등으로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햇미역 수확철 해녀 구하기가 어렵자 마을의 비교적 연령이 적은 남자들이 해녀복장으로 미역낫을 들고 햇미역 수확이 나섰다.
연령이 비교적 적다해도 모두 60대 후반이거나 70대 고령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미역수확철'인 3월, 해녀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울진군 울진읍 온양리 '군발마을' 어촌계 남자들이 미역낫을 들고 수중 '미역짬'에서 햇미역을 채취하고 있다. 2022.03.12 nulcheon@newspim.com |
이들보다 연령이 높은 주민들은 길다란 로프줄로 해남(海男)들이 베어 낸 햇미역 망태기를 방파제로 힘겹게 끌어 올린다.
종전까지는 '떼배'를 이용해 수중 미역짬에서 베어 낸 햇미역을 뭍으로 날랐으나, 떼배마저도 운용하기 어려워지자 궁여지책으로 고안한 방식이다.
햇미역 망태기가 방파제로 옮겨지면 군발마을 어촌계 소속 여자들이 대형 저울을 비치하고 균등하게 분배한다.
마을 어장이 해당 어촌계의 총유자산인 까닭에 수확한 햇미역은 어촌계원 수 만큼 균등하게 분배한다.
햇미역 수확작업에는 어촌계원이면 모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 몫의 햇미역을 배분받을 수 있기때문이다.
특히 햇미역 채취는 정교한 협업어로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어촌계원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군 울진읍 온양리 '군발마을' 어촌계가 갓 수확한 햇미역을 균등하게 분배하고 있다.2022.03.12 nulcheon@newspim.com |
군발마을 주민들이 9일째 타들어가는 '울진산불'로 마을의 주택 5곳이 전소하거나 반소하고, 창고 5곳이 모두 산불에 타는 등 피해가 극심한데도 햇미역 수확에 나선 것은 '햇미역 수확'이 이들 군발마을을 먹여살리는 한 해 첫 농사이기 때문이다.
햇미역은 수확 적기를 놓치면 '웃자라거나 뻣뻣해져'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3월 초중순 무렵에 수확해야 한다.
또 햇미역 가공은 오롯이 자연 바람에 의존하는 과정이어서 수확에서 건조까지 약 1개월 이내에 마무리해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울진산불'로 마을에 큰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서둘러 미역채취 작업에 나선 것은 산불로 산림이 새까맣게 타면서 발생한 '잿물'이 바다로 유입되면 자연산 햇미역이 모두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김수종 어촌계장(66)은 "이번 산불로 우리마을에서도 주택 다섯 채와 창고 5개소가 전소돼 피해가 막대하다"며 "그래도 햇미역 수확은 적기를 놓치면 한 해 바다농사를 망치기때문에 산불 피해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마을 어촌계원 모두가 햇미역 채취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계장은 "해녀 구하기가 해가 갈수록 어려워져 햇미역 수확작업이 해마다 어려워 지고 있다"며 "울진 돌미역이 중요한 특산물인데다가 전국에서 맛이 좋기로 이름난 만큼 울진군에서 해녀 양성이나 햇미역을 적기에 수확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줘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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