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에 대량 생산 멈춰
대러 제재 피해 현실화…국내 기업들 연쇄 타격 우려도
[서울=뉴스핌] 박준형 임성봉 기자 =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의 가동이 사실상 이달 말까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난 때문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따른 충격파가 현실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생산 일정을 변경, 이달 말까지 대량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 결정 이후인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러시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여성의 날' 연휴인 6~8일이 지난 뒤 9일부터 공장을 재가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달 말까지 사실상 가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급난 및 대러시아 제재 이전 계획된 일부 차량의 생산을 제외하곤 이달 내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정상 가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수출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뉴스핌DB] |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에서 공장을 전면 가동하기 위해선 부품 수급 계획을 잡아야 하는데 그걸 못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이슈와 상관없이 이미 물량이 확보된 것도 있어 전면 가동 중지는 아니지만, 대수가 많지 않아 당분간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러시아 제재에 따른 피해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에서 소형 세단 쏠라리스와 소형 SUV 크레타를 생산,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쏠라리스의 경우 지난 2016년 총 9만380대 판매로 현지 브랜드를 제치고 베스트셀링카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완성차 생산 규모는 연간 20만대에 이른다.
특히 국제사회의 러시아 일부 은행 국제금융결제망(SWIFT·스위프트) 배제 결정으로 대금 결제 지연 및 중단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현지 공장 가동 중단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현대차에 부품을 수출하는 관련 기업들까지 연쇄 타격도 예상된다. 완성차를 포함한 자동차 관련 품목은 전체 대러시아 수출액 중 40%가 넘는다.
현대차를 시작으로 러시아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러시아 제재가 지속될 경우 물류 확보에 차질이 생겨 직접적 타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현대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150여개에 이른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정한 7개 주요 러시아 은행 및 자회사와의 금융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jun89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