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만기연장·상환유예 한차례 더 연장"
시중은행장 간담회…은행권, 적극 협조키로
당국, "러시아 금융제재 은행권 협조"도 당부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당국이 3월 종료 예정인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뿐 아니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일괄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2020년 4월 시행된 이후 2년 만에 네 번째 연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5대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권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지난 2년 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해 왔지만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대유행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경영여건이 코로나19 이전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영업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 금융권과 적극 협의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차례 더 연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해 줄 것을 은행권에 요청했고, 은행권도 조치 연장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대출 만기연장 뿐 아니라 원리금 상환유예까지 기존 조치들을 일괄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며 "세부방안은 전 금융권과의 협의를 거쳐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고승범(오른쪽)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시중 은행장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고 위원장과 은행장들은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 연장 방안 등을 논의했다. 2022.02.28 pangbin@newspim.com |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2020년 4월부터 시작해 이후 총 3차례 연장되면서 2년 가까이 이어졌다. 당초 금융위는 3월 말 종료 원칙을 삼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추가 연장 요구가 커지면서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 19 금융 지원 실적'자료에 따르면 지원 시작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39조449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5%로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이는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에 따른 착시효과로 보는 시각이 높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선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우선 종료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날 일괄적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와 은행권은 자영업자들이 일시적 상환충격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면서, 누적된 자영업자 부채문제 해결에도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금융당국이 실시중인 자영업자 경영·재무상황에 대한 미시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자영업 차주 그룹별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하는데 은행권도 협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 위원장은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SWIFT)에 배제 등 금융제재 동참할 뜻을 밝힌 것과 관련 금융제재가 실효성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의 위기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유동성 관리 등 사전적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국민들의 어려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줄 것을 은행권에 당부했다.
은행권은 "최근 인플레이션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 위원장은 은행권에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하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 구축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자율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은행의 겸영·부수업무와 자회사 소유 규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분적 규제 정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은행법·보험업법·여전법 등 금융업법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이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로 전환해 국민에게 지금보다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플랫폼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금융계열사간 정보 공유 완화와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범위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은행들이 자산관리 부문에서 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신탁가능 재산 범위 확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일임 서비스 등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