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긴축 경계감에 현금 비중 팬데믹 이후 최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 따라 펀드 매니저들이 현금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서베이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비중이 이달 들어 5.3%로 급증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반인 2020년 5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해 영란은행(BOE) 등 각국 중앙은행이 고삐가 풀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빠르게 냉각된 영향이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전례 없는 공격적 긴축 전망이 올해 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고객들에 현금에 대한 '비중확대(overweight)'를 권고했다. 동시에 회사채에 대한 투자의견은 '비중축소(underweight)'로 제시하며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골드만은 성장 및 인플레이션 관련 전망이 어려운 시장 여건을 만들고 있다면서 "현금의 자산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현금성 자산에 해당하는 머니마켓펀드(MMF)는 현재 수익률이 제로에 가깝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인 2%대까지 회복된다 해도 1월 7.5%를 기록한 미국의 물가상승세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이 지금처럼 추락을 거듭할 때는 투자자들에게 이보다 나은 피난처가 없다는 판단이다.
쿠로스 어소시에이츠 창립자 탄크레디 코데로는 펀드매니저 상당수가 최근 급락장에서 손실을 입었다면서, 이들이 3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메타와 같은 기술 성장주에서 이미 발을 빼 현금으로 이동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은 현금으로의 자금 이동이 단기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브룩스 맥도날드의 에드워드 박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비중 확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에 대한 확신보다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식과 채권이 다시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데로 역시 "연준 금리 전망이 더 분명해지면 판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갑작스레 저평가된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에 대한 저가매수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