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전망 후퇴 속 캐리트레이드 당분간 힘 받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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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해 별 볼일 없었던 캐리트레이드가 올해 남미를 중심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저금리로 달러를 조달해 브라질 헤알화에 투자한 캐리트레이드의 경우 지난 한 달 수익률이 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달러 강세 베팅에도 균열이 생긴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캐리트레이드 전략이 당분간은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헤알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고금리 남미로 자금 이동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자금을 차입하여 이를 환전한 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다.
칠레부터 브라질,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남미에서 인플레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정책이 이뤄진 반면 미국과 유럽의 금리는 여전히 제로 부근이다.
따라서 금리가 낮은 미국과 유럽에서 자금을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국, 특히 남미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가 활발해지고 있다.
살인적 수준으로 뛴 물가를 잡기 위해 남미 중앙은행들은 작년부터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공격적 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현지 통화 강세를 부추기는 상황.
모간스탠리는 "신흥국에서 통화정책에 상당한 방점이 찍혀 있다면서 "적극적인 통화 긴축으로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곳을 찾는다면 신흥국 만한 곳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랠리를 연출한 브라질의 경우 지난 한 달 미 달러를 빌려 헤알화 표시 자산에 투자한 캐리트레이드가 8%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남미 전체 캐리트레이드 지수도 4%의 수익을 기록했다. 페루와 칠레, 콜롬비아 통화가 강세를 나타낸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러시아 등에 투자한 캐리트레이드도 올해 플러스를 기록 중이다.
미국 경기 회복과 더불어 미국채 수익률 및 증시 가격이 오르던 지난해에는 달러화가 2015년 이후 최대 랠리를 연출한 탓에 신흥국과의 정책금리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캐리트레이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러가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미국과 유럽에서 국채 수익률이 오른다 해도 여전히 신흥국 대비 낮은 수준이어서 캐리트레이드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시 핫해지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유로나 호주달러로 자금을 조달한 뒤 칠레나 멕시코 페소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를 추천했다.
◆ 캐리트레이드 리스크 "당분간 제한적"
캐리트레이드는 갑작스러운 환율 변동이 나타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연준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앞두고 채권 수익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채권 수익률이 오르면 투자자들은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낼 것이고 신흥국 현지 통화에 하락 압력을 가해 캐리트레이드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율 변동성은 당분간은 제한적일 것이란 게 월가 판단이다. JP모간 글로벌 FX 변동성지수는 작년 고점에서 내려와 20년 평균 아래에 머물고 있다.
연준이 경제 성장 브레이크를 우려해 긴축 페달을 세게 밟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캐리트레이드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는 점도 미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시사한다.
잭 맥인티어 프랜디와인 글로벌 투자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지나친 긴축에 나서면 자산 파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중앙은행이나 각국 정부는 인플레 해결을 위해 자국통화 강세를 용인하는 경향이 있고, 나머지 세계가 견실한 경제 성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달러가 언더퍼폼할 수 있다"고 말해 캐리트레이드에 유리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2022.01.13 mj72284@newspim.com |
◆ '스마일'서 '울상'으로...달러 분위기 반전
한편 최근에는 달러 베팅에서도 분위기 반전이 나타나 캐리트레이드 인기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8일 블룸버그통신은 대개 국채 수익률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달러가 지지를 받지만 트레이더들은 연준의 긴축 정책이 향후 미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데 베팅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달러 스마일' 여건이 뒤집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는 대개 미국 경제 상황과 맞물려 움직인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하고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매력이 커지고, 세계 경제가 회복을 보여도 미국이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면 달러 자산 인기가 높아진다. 이 두 시나리오에서 가격이 오를 때 마치 미소를 짓는 듯한 모양이 나타나 '달러 스마일'이라 불린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의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라보뱅크 외환전략 대표 제인 폴리는 "수익률커브가 평평해지는 것은 시장이 '지금의 금리 인상때문에 조만간 성장세가 다시 둔화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우려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올 하반기 달러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는 지난달 미 증시 하락 중 강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면서 이내 상승분을 반납했다. 동시에 달러 가치 상승을 예상하는 콜옵션 수요도 9개월래 최저치로 급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