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심 판결 앞두고 문화재청‧시공사간 치열한 법정공방
입주 예정일 4개월 남짓…"하루하루 살얼음판"
시공사 "입주 시기 늦추는 일 없도록 공사 완료할 것"
[인천=뉴스핌] 유명환 기자 = "입주까지 4개월 정도 남았는데 문화재청과 시공사 간 소송이 어떻데 될지 몰라서 밤잠을 설치고 있어요. 법원이 문화제청 손을 들어준다면 우리 가족은 길바닥으로 나앉을 질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해요."(예미지 트리플에듀 입주예정자 송권일(41)씨)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재기됐지만, 언제 공사가 중단 될 수 있는 불안감에 수시로 관련 기사나 정보들이 나오면 예비 입주민들끼리 공유하고 있어요. 어제 기사를 보니 경찰이 건설사 대표를 불어서 공사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린 어떻게 해야 될지 너무 막막해요."(대광로제비앙 라포레 입주예정자 김은지(57)씨)
"인허가를 갖고 있는 인천시와 관할 구청이 공사에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 짓고 우리는 건물을 올린 것뿐인데 공사가 끝나고 내부 작업에 착수한 상황에서 건물을 부수라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문화제청이 요구한 건물 일부를 철거하다가 광주 붕괴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하는 건가요."(해당 A건설사 관계자)
인천 검단신도시서 문화재청 규탄 집회 모습. [사진=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 라포레 입주예정자협의회] |
◆ 끝나지 않은 '왕릉뷰' 법정 소송에 입주 예정자 속 타들어
지난 9일 설 명절이 끝난 직후 찾은 인천 검단 신도시 일대는 레미콘 차량과 덤프트럭이 각 현장으로 바쁘게 각종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2차선 도로를 놓고 한 쪽 도로에는 건설 노동자들이 타고 내리고 있었고, 다른 한 쪽에선 현장직원들의 안전교육과 공사 시 시켜야할 안전 수칙과 착용법, 당일 공사 진행 현황 등을 살피는 이들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주변의 아파트 공사가 우여곡절 끝에 재개됐다.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건설 중인 대광이엔씨, 대광건영 등 건설사 3곳이 문화재청과 소송전을 벌이는 가운데 2심 법원이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문화재청은 대방건설과 대광건영(대광이엔씨가 시행사), 금성백조(제이에스글로벌이 시행사) 등 3개 건설사가 김포 장릉 인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에 들어설 예정이 단지 일부를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반경 500m 내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짓는 20m 이상의 건축물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들 건설사들이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건설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2014년에 허가받은 땅과 건축물에 개정된 법을 소급 적용해 억울하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인천도시공사가 2017년에 해당 땅을 매각할 당시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고,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저촉 사항이 없다는 회신을 받은 뒤 토지를 매입했다고 설명한다.
9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유명환 기자] |
◆ 문화재청 "불법 건축물" vs 인천 서구청 "합법적인 절차 밟아"
최근 인천 서구청도 '무허가 건축물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문화재청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문제는 문화재청과 건설사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예비 입주민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들 단지는 올해 6~9월 입주를 목표로 이미 골조공사까지 마친 상태로 현재 내부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만난 에트르 에듀포레힐 입주 예정자인 박정재(41)씨는 "이미 건물은 다 올라가서 내부 작업에 들어간 상태지만 문화재청이 문화제를 앞세워 공사를 막아서고 있다"며 "현재 3심이 진행 중이지만 판결에 따라 수억원에 달하는 돈이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만약 3심에서 문화재청이 승소한다면 건물 일부는 철거해야 되는데 광주에서와 같은 붕괴사고가 안 나라는 법이 있냐"고 반면하면서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목소리는 높였다.
최근 문화재청은 경찰에 대방건설과 대광건영(대광이엔씨가 시행사), 금성백조(제이에스글로벌이 시행사) 등 3개 건설사에 형사 고발했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의 위법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개 건설사가 건설 중인 아파트 일부 동의 층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가구 수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체 세대 수 3401가구에서 209가구가 줄어들게 된다.
건설사들은 공사를 끝마치고 입주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대방건설과 대광건영, 금성백조가 마련한 입주 예정자와의 간담회에서 금성백조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시뮬레이션은 편파적인 것"이라며 "(문화재청) 철거만 고집하고 있으나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예정된 시기에 입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광건영 관계자는 "공사를 끝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철거 가능성에 대해선 절대 인정할 수 없으며 (공사를)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며 입주까지 끝내겠다는 입장 내비쳤다.
9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유명환 기자] |
◆ "외벽 철거 시 제2의 광주 사고 발생 우려"
문제는 해당 단지를 철거할 경우 광주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가 재현될 가능성을 제배할 수 없다. 현재 문화재청은 건물 기둥과 벽, 바닥 등 건물의 뼈대 일부를 들어 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럴 경우 공사 기간은 최소 30개월 이상 소요된다. 여기에 철거한 부분에 마감 작업이 추가될 경우 대략 40개월 동안 입주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물 골조가 이미 올라간 상태에서 두부 자르듯이 건물을 철거할 경우 안전상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만약 일부를 철거한다고 해도 지난달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철거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최소화 한다고 해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건물을 순차적으로 철거해 나가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것들이 아니"라며 "특히 외벽을 철거할 때 상층부터 작업을 진행할 경우 자칫 광주에서 발생한 붕괴사고처럼 외벽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층부에 분양을 받은 예비 입주민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광로제비앙 라포레 입주예정자 곽현민(43세)씨는 "문화재청이 요구사항을 건설사들이 수용할 경우 철거 작업이 진행될 경우 입주 예정일이 수년으로 미뤄지고, 그로 인해 은행 대출 이자와 각종 비용이 추가로 납부해야 되는데 그걸 문화재청이 책임지고 입주민들에게 배상해줄 것"이라며 "안전성도 확보하지 않은 채 문화재청이 요구하는 상황이 받아들여질 경우 그에 따른 각종 손해배상 등에 대한 법적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입주 예정자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사 기간이 연장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로 돌아갈 것"며 "인천도시공사와 국토교통부, 건설사가 입주자를 위한 대체 부지를 찾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