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배럴당 90달러 돌파...연내 125달러 관측
재고평가이익에 더해 정제마진 지속 상승세
제품가격 상승 따른 수요 회복 '찬물' 우려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유가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석유 제품 수요가 확대되는 반면 공급 차질에 지정학적 우려가 더해지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개선 등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유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제품 가격 급등과 그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정제마진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날 브렌트유에 이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3월물 WTI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2.28% 오른 배럴당 90.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90달러를 돌파했다.
OPEC 로고와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원유 시추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최근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산유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우려에 더해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기존의 증산 규모(하루당 40만 배럴)를 유지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시장의 공급 차질 우려가 높아진 때문이다.
공급은 타이트해지는 반면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올해 석유 수요가 코로나19 전인 2019년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쓰오일은 최근 기업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서 등·경유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면서 "항공유 수요도 코로나19 제한 조치가 완화되면서 여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긍정적이다. 정제마진은 1월 넷째주 기준 6.4달러로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섰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이는 수요 회복에 더해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탄소중립 정책 등을 이유로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하면서 정제마진이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에쓰오일은 "중국의 수출 감소가 아시아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현재보다 더 오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고 JP모건스는 125달러를 전망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로 인해 정제마진이 감소해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가가 오르고 있다"면서 "정제마진 강세도 지속되면서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